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며 신규 설비 투자를 연기했던 대만 LCD 업계가 8세대 양산 투자를 재개한다. 대만 LCD 업체들이 최악의 경영난에서 벗어나면서 본격적인 회생을 꾀하는 동시에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을 다시 추격해보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설비 투자 가뭄에 시달렸던 국내 장비 업계에는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의 LCD 패널 업체인 AUO는 대만 타이중(臺中) 단지 남부에 위치한 허우리(后里)시에 신규 8세대 라인을 증설키로 하고, 연내 장비를 발주할 에정이다. 이르면 내년 4분기 또는 2011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공장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UO가 신규 구축하는 8세대 라인은 투입 원판 기준 월 5만장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CMO도 내년 3분기 가동을 목표로 최근 8세대 라인 신설을 위한 장비 발주를 완료했다. CMO의 경우 8세대 라인 구축은 이번이 처음이며, 투입 기판 기준 월 8만장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대만 LCD 패널 업체들이 경영난에서 벗어나면서 잇따라 양산 투자를 재개하는 분위기”라며 “설비 구축 경험이 많은 한국 장비 업체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AUO는 지난 4월 첫번째 8세대 라인인 ‘L8’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 정도인 생산 능력을 연내 4만장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양산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어 8세대 라인 신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8세대 LCD 라인의 생산량은 삼성전자가 3개 라인을 통해 월 20만장, LG디스플레이는 P8 한개 라인에서 11만장을 각각 생산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2분기 중 두번째 라인(P8E)을 가동, 생산량을 월 20만장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LCD 시장에서 양산 경쟁력은 곧바로 원가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만 업체들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배경이다.
하지만 대만 업체들의 8세대 신규 투자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AUO와 CMO의 8세대 라인 증설 및 신설은 내년 수요 증가에 대비한 것으로, 미뤘던 투자를 집행하는 것일뿐”이라며 “공급 과잉을 걱정할만큼 생산 능력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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