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문화 콘텐츠 `게임` 육성 고민을

Photo Image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회사 밖에서 가슴을 펴고 다니지 못한다. 게임을 보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학부모를 만나면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는 한탄과 함께, 원망 섞인 눈총을 받는다. 온라인 게임 포털 회사를 다니는 나도, 고등학생인 아들이 해야 할 공부를 미뤄놓고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

 그러나 게임을 문화 콘텐츠 산업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달리 보인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게임은 좋은 엔터테인먼트 소스다. 영화나 연극, 혹은 음악처럼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유저는 게임을 하는 동안 유럽 중세 기사가 돼 대군을 이끌고 적을 무찌르기도 하고, 레이싱 카 선수로서 짜릿한 경주를 즐길 수도 있다.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를 하는 쪽에서 보면, 게임은 그 규모나 전문성이 다른 문화 콘텐츠 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NC소프트의 대작 온라인 게임 ‘아이온’을 살펴보자. 아이온을 개발하기 위해 NC소프트는 지난 4년간 무려 130여명의 직원을 투입했고, 약 230억원을 쏟아 부었다. 게임 스토리 구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총 500여권의 문헌을 참고, 게임 속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1500개 이상의 각종 퀘스트(임무)를 삽입했다. 스팩터클한 게임 화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5000장 이상의 원화가 그려졌다. 또 세계적인 뉴에이지 뮤지션인 재일교포 양방언씨(료 구니히코)를 음악 총감독으로 영입, 게임 OST를 작곡하는 한편 게임 속에 사용되는 5500여개의 효과음을 제작했다. 전통적으로 문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 오페라 혹은 영화라고 한다면, 이런 모든 예술적 요소를 IT와 결합시킨 온라인 게임이야말로 새로운 ‘슈퍼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온라인 게임은 제작된 게임들을 1년 365일, 24시간 동안 중단 없이 매끄럽게 운영해야 하고 여기에도 엄청난 자원이 투입된다. 총회원 수 3000만명을 상대로 300여종의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한게임은 1000여명의 직원이 차질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근무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게임은 여러 지표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출판·방송·광고·영화·음악 등의 세부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총 매출 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약 7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게임산업 분야는 출판·방송·광고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약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영화산업 분야의 2배 이상, 그리고 음악산업 분야의 3배 이상이 되는 수치다. 특히, 게임산업 분야는 2003년부터 4개년간 연평균 23.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문화산업분야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임산업 분야는 수출효자 노릇도 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6억7200만달러의 해외수출 효과를 달성함으로써 우리나라 문화산업 전체 해외수출액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작년에는 게임의 해외수출이 1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20억달러를 목표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게임산업은 우리 나라의 튼튼한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게임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슈들은 분명 하나하나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그것 때문에 산업 자체가 위축 되어서는 안 된다. 게임산업을 상당한 규모의 문화산업 분야로 인정하고,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도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석우 NHN 부사장/sirgoo@nhncorp.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