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괴 사재기 열풍

“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금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변할 뿐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수키 쿠퍼 금속 애널리스트는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금괴와 금화 구입자가 구조적 이동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세계의 ‘금 광풍’ 속에 수십억 달러의 헤지펀드, 각국 중앙정부 등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면서 지난주 금값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100 달러를 돌파했지만, 여기에는 부유한 개인 투자자와 일반인들의 금 선호도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올해 중반 들어 금 값은 치솟기 시작했고 지난주 초 인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20톤의 금괴를 사들였다는 소식에 금 값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특이한 현상은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51%나 증가하는 열풍 속에서도 올해 2.4분기에 팔찌나 목걸이, 반지 등 보석류 금 소비는 20%가 줄었다는 것이다.

전세계 골드바(막대기 모양의 금), 금괴 제작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스위스의 멘드리시오시. 이 곳에는 최근 중동과 아시아, 유럽과 북미의 보석상과 전당포로부터 매일 엄청난 양의 목걸이와 팔찌 등이 담긴 비닐 백이 들어오고 이 것들이 크고 작은 금괴나 골드바로 세공되고 있다. 세공업체인 아고르 헤라에우스의 에르하르트 오벨리 대표는 “이 가운데는 당신 할머니의 금반지나 전 남자친구가 준 선물도 포함돼 있다”며 “금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 런던의 160년된 백화점 헤로즈가 지하 1층에서 1g짜리 금화에서 12.5㎏짜리 벽돌 크기의 금괴까지 다양한 금괴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도 개인들의 금 선호를 반증하고 있다.

크리스 홀 백화점 금괴 담당 책임자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금괴가 금화보다 훨씬 더 인기가 좋았고, 그 가운데 100g짜리 골드바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심야시간대 TV 광고에 금괴나 금화 판매 광고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투자 수단으로서의 금괴에 대한 선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달러화도 불안하고 증시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항상성을 갖고 있는 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최근 각국 정부의 조세천국 지역에 대한 경계가 강화된 것도 금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부자들이 세무당국의 감시로부터 쉽게 재산을 숨길 수 있는 금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고르 헤라에우스의 버나드 쉬넬만 귀금속 서비스국장은 “우리 회사는 금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인지 모르며 주문을 하고 있는 런던이나 스위스 은행의 이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들은 기록을 남기지 않고 금괴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 사재기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상품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금값이 상승을 지속해 온스당 최고 2천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원자재 등 상품 시장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값을 2천달러까지 끌어올릴 만한 어떤 경제적 압박이나 물가상승 요인도 현재로서는 없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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