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SK C&C 골치 아프네”

 오는 11일 SK C&C의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증권가는 난감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형 IT서비스업체로는 처음 상장하는 SK C&C의 공모 청약에는 시장의 관심이 그대로 전해져 총 1조1267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총 360만주 공모에 7511만5990주가 청약해 최종 경쟁률은 20.87대 1에 달했다.

 올 한해 돈이 말랐던 공모 시장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릴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조용하다.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가는 대형 IT서비스업체라는 점에서 주요주로 관심받을 만도 하지만 정식 기업 분석 보고서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증권가는 이를 SK C&C의 독특한 기업 위상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SK C&C는 SK그룹 계열사를 위주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지분 44.5%를 보유한 SK그룹의 명백한 지주회사다. C&C가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 31.8%를 갖는 형식으로 SK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소프트웨어나 통신산업을 담당하던 애널리스트에게 SK C&C를 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터넷과 게임을 담당하던 정우철 미래에셋 이사가 SK C&C를 맡는다. 그러나 정우철 이사는 “SI 산업 부문에서 접근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은 임시로 애널리스트를 배정했다. SK증권 관계자는 “현재 포트폴리오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한시적으로 SK C&C를 맡았지만 조직 개편에 따라 곧 바뀔 예정”이라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까지 담당 애널리스트를 배정하지 않은 증권사도 다수다. 신영증권과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은 아예 SK C&C 담당 애널리스트를 정하지 않았다. 특정 산업에 대한 분석만 해왔던 애널리스트들이 지주회사라는 새로운 부분을 제대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을 담고 있다.

 SK C&C를 맡게 된 한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SK C&C는 회사의 특성상 산업 부문 애널리스트의 커버리지가 아니다”라며 “SK C&C는 명확한 본업이 있음에도 그룹의 지배구조상 지주회사에 대한 위치에 있다 보니 가치 평가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담당하던 애널리스트의 커버리지에 아예 지주회사를 새로 넣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지주회사를 담당하던 애널이 없어 이번에 겸사겸사 역할이 늘게 됐다”고 밝혔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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