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네트워크](1부)미래네트워크 구상,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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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I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융합IT와 더불어 ‘만물지능통신망’ 구축이 5대 미래전략에 포함됐다. 초고속정보통신망계획과 u-BcN 전략에 이어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를 준비하는 것이다. 전자신문은 미래네트워크가 가져올 변화상에 주목하며 ICT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래네트워크를 어젠다로 제시한다. 미래네트워크의 차별성과 강점, 방송통신 및 사회 각 분야의 미래네트워크 구현모습, 미래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 오후 8시. 회사원 김씨는 업무를 끝내고 사무실을 나섰다. 길거리 가로등이 김씨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불을 밝혀 준다. 가로등 옆 지능형 광고판에는 새로 나온 형형색색 운동화 제품들이 펼쳐진다. 마침 딸 생일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김씨는 광고판에서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발견한다. 곧바로 신발 사이즈와 색상을 고르고 휴대폰을 통해 결제했다. 1분 뒤 지능형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 안내판은 집으로 가는 버스가 7분 뒤에 도착한다는 것은 물론 빈자리가 8개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음... 피곤하던 차에 편하게 앉아갈 수 있겠군’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린다.

# 아침 7시. 눈을 뜬 박씨는 화장실부터 찾는다. 언제부턴가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심이 된다. 각종 센서로 적당한 변좌 온도와 노즐 위치를 설정해주기 때문에 조작할 필요가 없다. 볼 일을 마친 박씨는 변기 옆 작은 액정화면에서 “고객님의 체온은 정상이며 혈당도 정상입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며칠 전에는 “미열이 있습니다. 무리한 운동을 피하세요”라고 나와 체온계로 재보니 38.5부가 나와 조금 놀라기도 했다. 박씨에게 화장실은 건강을 체크해주는 도우미인 셈이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사물과 환경이 지능화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미래네트워크(Future Network) 세상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50∼60년 후의 미래를 말하는게 아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현재 IT유산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한 미래 IT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주안점을 뒀다. 위 사례들은 지금도 일부 현실화한 것이지만 미래 10년 이내에는 모든 사물과 사람이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고도로 지능화한 네트워크 세상을 미리 보여준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정보통신기술이 지닌 고부가가치와 문제 해결력, 산업·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를 주목, 당면한 경제 위기를 미래네트워크 투자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지난 9월 초 ‘IT코리아 5대 미래 전략’을 내놓고 현재의 통신속도보다 10배 빠른 초광대역네트워크를 오는 2012년까지 구축키로 했다. 이같은 기반망 위에 사람과 사물, 환경이 모두 지능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미래네트워크 세상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을 겨냥해 정부 및 공공기관, 출연연, 민간 기업 등이 모두 함께 나서 로드맵을 그리고 각 영역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 미래네트워크인가=인터넷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였다. 지난 30년 동안 개인·기업·정부를 비롯해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인터넷 플랫폼으로서 PC와 휴대 단말은 사람과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했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고도화·체계화되면서 지식사회,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개인화·감성화된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졌다.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회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융합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미래네크워크 세상에서는 지능형 건물·자동차·로봇이 인터넷의 단말 역할을 함에 따라 인간·사물·환경 간의 시스템 융합이 일어나고 시스템 운영비용 절감과 새로운 혁신적 애플리케이션이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비쿼터스’를 넘어 ‘미래네크워크’로=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초고속정보통신망계획을 시작으로 1998년 초고속정보통신망 2단계 추진계획(사이버코리아), 2003년 광대역통합망(BcN) 계획(유비쿼터스코리아)을 거쳐 최근 초광대역네트워크고도화정책(IT코리아 미래전략)까지 추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공간을 제1공간,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자공간을 제2공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비쿼터스 공간을 제3공간이라고 한다면 미래네트워크는 이런 공간이 지닌 장애물을 초월한 제4공간의 탄생이다.

 특히 미래의 통신서비스는 통신을 기반으로 ‘똑똑한’ 사물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위 사례에서 본 지능형 광고판이나 버스정류장 안내판 역시 그런 역할을 한다. 웹2.0을 통해 개인화 서비스 열풍을 경험했듯 개인의 선호나 욕구에 따른 개인화 및 차별화된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를 뛰어넘는 사물과 사물·사람과 사물·사물과 환경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미래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다.

 ◇미래네트워크가 그리는 모습은=2009년을 뜨겁게 달군 아동 성범죄 사건인 이른바 ‘나영이 사건’. 이 사건이 촉발시킨 논의는 범죄자 처벌을 강화하는 관련 법률의 개정 뿐만이 아니었다. 사회 안전망을 갖춰 달라는 범사회적 요구가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CCTV를 더욱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동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착용, 아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미래네트워크가 구현된 세상은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을 사람·사물·환경간 지능화된 통신을 통해 보다 안전하게 그려진다. 기존 CCTV가 네트워크로 단순히 촬영한 화면만 전송한다면 미래네트워크에서는 CCTV가 범죄현장인지를 인식해 치안 당국으로까지 전달되는 개념이다. 더욱 강력하고 똑똑하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 미·일·유럽 미래네트워크 전략

미국은 ‘파워’, 유럽은 ‘연결’, 일본은 ‘속도’.

미래 네트워크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여러 해외 각국 정부는 물론 연구소 등 각 집단에서도 저마다 네트워크 개선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각 플레이어의 종국적인 목적에 따라 지향점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들 사례는 우리나라 미래 네트워크의 벤치마킹 포인트다.

 미국의 키워드는 현재 인터넷 종주국 지위의 ‘강화’다. 미 국방성 프로젝트에서 태동된 현재 인터넷은 시스코, 주니퍼 등 미국 장비 기업은 물론이고 SW 기업까지 절대적 입지를 차지하게 했다.

 미국은 이를 GENI, FIND 등으로 구체화한다. GENI는 국가과학재단(NSF)이 주관하는 네트워크 프로토콜, 기술, 장비의 종합 테스트베드 구축 프로그램으로 2005∼2013년 3억6000만달러가 투자된다. ‘FIND’는 GENI를 지원하는 기술 R&D 프로그램으로 2006∼2010년 4000만달러가 투자된다.

 EU의 미래 네트워크 전략 포인트는 ‘연결’이다. 2009년 5월 유럽위원회(EC)가 발표한 ‘미래 인터넷 2020’ 보고서는 미래 네트워크를 ‘새로운 아키텍처와 인터페이스, 데이터 관리 방식은 물론이고 디바이스, 센서, 서비스, 사물 등 네트워크와 관련된 모든 실체를 통합해야 하는 것’으로 봤다.

 네트워크가 된 대상과 기존의 네트워크가 끊김없이 융합되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개념이다. 연결을 강조하는 건 여러 국가의 연합체인 EU의 태생적 특성과 연관이 깊다.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집단이 보유한 수많은 네트워크 간 접속성과 이동성이 보장되어야 EU의 네트워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최대의 연구개발 기본계획인 FP7을 통해 미래인터넷에 2007∼2008년 5억8000만유로를 배정했다. 이 외 전송 속도나 보안 등 FI의 기술적인 측면에 연구 외에도 콘텐츠와 응용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MS, 시스코 등 미국의 시스템, SW 기업이 전체 인터넷 산업을 주도하는 현 상황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속도’에 중심을 뒀다. 2015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현재 네트워크의 개선(NXGN)으로, 이후를 차세대네트워크(BcN, NGN)보다 10배 빠른 미래 네트워크(NXGN)의 적용 시점으로 보고 별도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전 세계서 가장 빠르게 미래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절대적으로 미미한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을 고려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08년 발간한 ‘기술전략지도’는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기술에 관한 특허출원과 취득 건수에 대해서는 일본과 미국이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일본계 장치 시장 점유율은 라우터가 2.5%, LAN 스위치가 1.8%, DW/DM 전송장치가 5.4%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NWGN엔 2007년부터 국립정보통신연구원(NICT)이 5년간 300억엔을 투자한다.NWGN의 구체적인 구조, 즉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작업도 ‘아카리(AKARI)’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부터 진행중이다. 지난 2008년엔 이를 통해 NWGN의 기본 설계원칙과 일부 구성 요소의 구조에 대한 초안을 포함하는 ‘NWGN 개념설계서 v1.1’가 발표됐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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