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결성하는 벤처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벤처펀드에 투자하는 모태펀드(Fund of Funds)가 1조원을 넘어섰다. 출범 후 4년여 만으로 당초 목표였던 2008년보다는 다소 늦은 것이다.
3일 관련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2000억원 추가경정예산 지원으로 정부 모태펀드 조성규모가 1조75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추경을 포함한 조성 규모는 2005년 펀드 출범 이후 가장 많은 3650억원이었다. 연도별 조성규모는 첫해인 2005년에는 1701억원이었으며, 2006년과 2007년은 2150억원과 2450억원 그리고 2008년에는 8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추경을 제외하고는 1600억원에 불과해 1조원 돌파가 힘들었다. 경기침체가 1조원 모태펀드 결성을 견인한 셈이다. 모태펀드는 2004년 7월 발표된 벤처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조원 규모로 결성하기로 한 바 있다.
모태펀드가 벤처펀드에 출자한 규모도 지난달 결성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모태펀드를 관리·집행하는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출자규모는 1조4억9700만원이다. 이를 통해 결성된 펀드규모는 3조4800억원으로 3배 이상의 레버러지 효과를 발휘했다.
모태펀드는 ‘벤처 버블기’ 후 벤처펀드 결성에 크게 기여했다. 에인절투자자를 포함한 민간과 기관의 철저한 외면 속에 벤처펀드 결성을 주도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 벤처생태계를 유지해왔다. 2005년 24.4%에 불과하던 모태펀드 투자 벤처펀드 비중은 올해 들어 금융위기로 인한 민간의 투자급감으로 그 비중이 76.5%(6월말 현재)까지 급등했다. 벤처펀드 결성규모로 봐도 모태펀드 출범 직전인 2003년과 2004년에는 600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활동 첫해인 2005년 8939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정영태 중기청 차장은 “모태펀드 1조원 시대 개막은 벤처기업의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는 1단계 기틀을 닦았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앞으로 2조원으로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 유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벤처가 시장실패 영역인데 이곳을 모태펀드가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며 “1조원을 넘는다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미국의 GDP대비 벤처펀드 투자규모를 고려할 때 그 규모가 2조원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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