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표류하나

효성그룹이 명운을 걸고 뛰어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시도가 이번에 불발로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 작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일 금융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참여한 효성은 예비 인수제안서 접수 마감인 지난 달 30일 제안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채권단에 2일까지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채권단은 2일까지 효성의 최종 입장을 기다려본 뒤 앞으로 하이닉스 매각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인수합병(M&A)은 이번에 실패하면 내년 하반기쯤에나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 하이닉스 인수제안서 접수 마감 넘겨=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 달 중순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서라도 딜을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예비 인수제안서 접수 마감 시한을 보름 가량 연기했다. 어차피 경쟁자도 없는 상황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내홍을 겪고 있는 효성에 다소나마 말미를 주자는 것이다. 더구나 효성은 매각주간사와 비밀유지동의서(CA)를 체결하는 한편 실사 등을 위한 회계법인과 법무법인까지 정해놓고 하이닉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채권단 입장에서도 최대한 효성의 입장을 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효성은 그러나 특혜시비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내부 문제까지 겹쳐 마감시한까지 하이닉스 예비 인수제안서를 접수하지 못했다. 채권단은 2일까지도 인수제안서를 접수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나 이번 매각 작업은 결국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효성이 인수 의지는 있으나 비자금 조성 사건 등으로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효성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인수전에 나서는 것보다 추후에 나서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한인 연말까지도 기다릴 수는 있으나 현 상태로 봐서는 이번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주초에 효성의 입장을 들어본 뒤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닉스 매각 장기화하나= 효성은 이번에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과 금융계는 하이닉스 재매각은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시장에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기업 매물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 중에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는 곳이 추가로 없는데다,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기업 매물들이 많아 하이닉스 매각을 다시 추진하려면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 문제는 채권단이 알아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일단 채권단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다만 하이닉스 인수자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가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의 주식을 매각할 때는 가격보다는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 등의 자격 요건을 따져 매각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하이닉스, 실적 정상궤도…매각지연은 부정적; 최근 하이닉스는 D램 등의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돼 기업 가치도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 3분기에 2천9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8개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2조1천18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하이닉스는 후발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확대할 예정이며 내년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아 당분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매각이 지연되면 하이닉스의 경영에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종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하이닉스 경영진이 내년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매각 작업이 지연될수록 경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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