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하이닉스 매각 협상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인수자 능력과 진정성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향후 공사의 주요 추진 업무로 신성장·녹색산업 등 위험 요소가 큰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한국정책금융공사 출범 후 29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상화된 기업은 가능한한 빨리 매각이 진행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다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에는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한 사장의 발언은 효성이 지난 9월 하이닉스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국내 재계와 증권가는 효성그룹이 세계 D램 시장 2위 업체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인수능력이 있는지 문제제기를 해왔다.
유 사장은 “기존에는 기업 매각 시 가격을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국가적으로 영향력이 큰 산업에서는 여러 가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외국 자본이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갖지 않겠다”면서도 “인수자의 진정성은 매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발언이 국내 기업 인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했다.
유 사장은 또 향후 신성장산업·녹색산업 등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녹색·에너지 산업·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SOC 사업·지역산업 등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위험도가 높아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첨단 산업, 장기 설비투자 산업도 주요 자금 집행 대상으로 언급했다.
유 사장은 “세계가 녹색 산업·첨단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이 이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책금융 방식인 ‘온렌딩(on lending)’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렌딩은 정책금융공사가 정부 재정과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민간은행에 지원하고 이를 다시 민간은행이 대출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 중소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지난 28일 기업금융 전문투자은행(CIB)의 역할을 할 산은금융지주와 함께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기관으로 산업은행이 그간 해오던 정책 금융을 맡는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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