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7부-3)김은 프라운호퍼 포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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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FA)이 타결되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여러 산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을 크게 받을 분야 중의 하나가 소프트웨어(SW) 분야다.

 12억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에 SW 개발 인력이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한 보도에 따르면 SW 엔지니어가 16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인도의 SW 엔지니어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짧은 시간 내에 우리나라로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에서 주로 영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은 SW 프로그래밍(이른바 코딩)하는 인력이 아니라 요구사항 분석, 아키텍처 설계, 디자인 및 테스트를 담당하는 고급 인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는 SW 개발 시 SW 공학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수행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내가 직접 프로그래머로 일한 197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는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프로그래밍의 사전 단계로 프로그램 논리(logic)를 알 수 있는 순서도(flowchart)를 그리지 않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러나 순서도 없이 작성된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가 퇴사를 하면 수정 보완이 어려워 기존 프로그램을 모두 버리고 새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관행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던 1970년대 후반에서 30∼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동일하다.

 인도나 중국이 SW 개발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SW 엔지니어가 부족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도나 중국에 SW 프로그래밍을 의뢰해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도나 중국에 SW 프로그래밍을 의뢰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이유는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요구사항 분석, 아키텍처 설계, 디자인 및 테스트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인력이 충분히 없었고, SW 개발 시 SW 공학을 적용해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프로그래밍 업무를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나 중국으로 보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인도에서 SW 공학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인도의 고급 인력이 SW 개발에서 앞 단계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나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프로그래머에 비해 저렴하게 프로그래밍을 시킬 수 있는 인도나 중국으로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인도나 중국에 비해 몇 배나 비싼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력 없는 13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SW 개발 인력의 대부분은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SW 선진국에서는 이미 추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SW 개발 인력은 이른 시간 내에 요구사항 분석, 아키텍처 설계, 디자인 및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인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은커녕 우리나라 SW 개발 인력의 실업대란까지 일어날 것이다.

김은 프라운호퍼 포쿠스(FOKUS) 대표 eunki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