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대전시가 개최한 국제우주대회(IAC)가 지난주 대전서 폐막했다. 나로호 발사 이후 잠잠하던 ‘우주’ 테마가 다시 한 번 힘을 받고 있다.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국제 달탐사 프로젝트 참여 검토와 항공우주에 IT, BT, NT를 접목하자는 화두를 던졌다.
과학기술계는 이를 발사체 중심으로 추진해 온 우리나라 우주기술 개발 정책을 서비스 및 응용 분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의 후속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주기술 개발 및 산업화에서 정책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영악한’ 일부 국가에서는 ‘돈먹는 하마’인 발사체 개발보다는 ‘실속 있는’ 주변기술 개발 및 산업화에 주목해 왔다.
대표적인 나라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지난 1985년 ‘인공위성 없는 우주개발’ 정책에 따라 위성영상처리 SW 개발을 국가연구개발과제로 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제공받아 이를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로 처리하는 기술을 산업화하는 일이 싱가포르의 경제 규모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체 로켓 발사 및 위성 개발 능력을 보유한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을 뒤따라가며 따라잡기에는 기회비용의 대가가 너무 크다.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우주기술 동향 및 발전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기준으로 미국의 우주기술 개발 정책이 각 산업에 미친 직·간접 효과를 분석한 결과 발사체 및 서비스가 7억9000만달러인데 반해 위성 서비스의 경우 495억달러나 된다. 우리나라의 기술료 도입 규모도 2000년 이전만 따져볼 경우 우주발사체 부문이 200만달러였던 데 비해 위성전화 서비스인 글로벌스타 등과 관련된 기술 도입 지불 비용은 4900만달러나 됐다.
우주 분야 중심기술은 발사체와 위성기술, 위성관제, 우주품질보증 등이지만 활용 및 서비스 분야의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광대역 디지털 위성방송이나 공공안전·재난 구조, 인공위성 레이저 거리측정(SLR) 등의 측위기술을 비롯한 태양전지, 연료전지, 역침투막정수기, 내비게이션, 형상기억합금, 장기보존 식품 등이 모두 우주기술로부터 나와 형성된 응용분야 시장이다.
우주기술을 산업화하는 방법에는 발사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영국 서레이대학 수준의 소형위성을 제작하다 나와 창업한 ‘쎄트렉아이’는 위성의 틈새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 이 위성은 첨단 군사용도 아닐 뿐더러 2.5m급 해상도의 영상 촬영이 가능한 수입 탑재체가 위성에 실려 있을 뿐이다.
최근 나로호 발사 실패와 관련한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이다. 상용화까지는 갈 길을 논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는 다목적 실용위성 1호에 이어 2호를 쏘아 올리고 이들 위성의 수명 연장과 함께 영상 판매를 하고 있지만 개발비용 대비 수익률은 많이 떨어진다. 우주로 가는 ‘배’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산업화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분야는 또 어디인지 촘촘히 따져봐야 한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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