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한껏 오른 전자책(e북) 관련주에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 아직 뚜렷하게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라 밖 e북 시장의 성공이 섣부르게 주가에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e북 관련주들은 가파르게 값이 올랐다. 온라인 서점업체 예스24는 지난 9월 다수의 출판사와 서점 유통사, 언론사 등과 협력해 e북 콘텐츠 전문업체 한국이퍼브를 출범시키며 e북 시장 확산의 기대감을 높였다. 예스24의 주가는 올해 초 4000원대 초반으로 시작해 지난 8일 1만원대(1만200원)를 돌파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금방이라도 e북 시장이 뜰 것처럼 기대가 퍼지면서 주가는 고공비행을 했다.
전자책 단말기에 활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아이컴포넌트도 지난달 30일 82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올해 장을 2000원대 후반에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값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e북 단말기 ‘아이리버 스토리’를 내놓은 아이리버는 연초보다 두 배 이상 오르며 지난 8일 5000원에 근접했다. 이밖에도 e북 표준포맷 변환업체인 인큐브테크, 관련 솔루션 업체인 하이쎌 등이 올초부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기세 좋게 오르던 e북 관련주들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일제히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다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16일 예스24는 전날보다 3.35%(300원) 하락한 8650원으로 마감했다. 아이리버도 전날보다 6.19%(260원)나 내린 3940원을 기록했으며, 인큐브테크는 1.11%(15원) 오른 13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관련 주가가 짧은 기간에 너무 올랐다는 지적을 내놨다. 김민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e북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예스24는 이번 달 주가가 1만원대까지 크게 올랐다가 현재 적정 수준으로 조정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적 조정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e북 시장이 언제쯤 본격화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e북 단말기 ‘킨들’을 출시하면서 e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킨들은 매력적인 단말기에 아마존이 다년간 온라인 서점업체로 쌓아 온 막강한 콘텐츠, 이동통신사의 3세대(3G) 무선통신이 결합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e북 시장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업체 간 제휴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단말기 업체·콘텐츠 업체·이동통신사가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업계는 실제 콘텐츠와 단말기, 무선 네트워크가 하나로 묶인 e북 서비스가 2010년 후반에나 등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e북 시장의 성장에는 동의하지만 킨들의 성공 사례만 보고 국내 시장을 낙관해서는 안된다”며 “초기 e북 관련주는 테마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산업에 대한 숫자(실적)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e북 서비스가 나올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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