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시장을 흔히 ‘전쟁터’로 비유한다. 그만큼 숨막히는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궁극적으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쏟아낸다.
하재홍 아이레보 사장(45)은 대뜸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전방에 나가 있는 야전사령관이 더 이상 전쟁이 참여하지 않겠다니,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일까. 답변이 걸작이다.
“디지털 도어록 사업에 진출한 이후 시장에서 경쟁 기업과 크고 작은 ‘전투’를 수 없이 벌여 왔습니다. 아이레보가 성장한 데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뒷받침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전투는 무의미합니다. 전투에 이기는 전술보다는 아예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전략을 찾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공격 경영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실한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아예 올해 경영 목표도 ‘끝장내고 선점하자’로 다소 ‘과격한’ 구호를 내걸었다.
하 사장은 지난 97년 대우전자 연구원을 때려 치고 ‘파아란테크’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디지털 도어록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디지털 방식 도어록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쇠대’로 불리는 열쇠가 시장 대세였다. 규모도 보잘 것 없었다. 경기도 안양 한 옥탑방에서 창업할 때 경리와 영업사원 1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장을 스스로 만들었고 10년 만에 매출 500억원을 넘나드는 1위 업체로 부상했다.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뀔 것이라는 거창한 전망보다는 공들여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아까웠습니다. 제품을 내놓을수록 욕심이 생겼고 자꾸 개선해 나가, 결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품질·편의성 꼼꼼하게 따져 가면서 고객의 입맛을 맞춘 게 주효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하 사장은 사실 엔지니어보다는 ‘아이디어맨’이라는 타이틀이 더 적합하다. 학교 다닐 때 실험실 근처는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전공과 벽을 쌓았다. 그러나 불편한 건 참지 못했다.
대우전자 연구원 시절부터 주변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했다. 디지털 도어록 핵심 기술인 ‘플로팅 아이디(Floating ID)’도 그렇게 탄생했다. 열 때마다 암호가 바뀌는 자물쇠를 만들면 열쇠를 복제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작은 아이디어가 결국 국내 디지털 도어록 시장을 만든 일등공신인 셈이다.
창업 10년을 넘긴 하 사장은 올해부터 해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 사장은 “‘게이트 맨’으로 전 세계 출입문을 바꿔 놓겠다”는 각오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맸다. 게이트맨은 아이레보의 디지털 도어록 대표 브랜드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을 끝내고 글로벌 시장을 위해 또 다른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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