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대 육성사업은 해외학자의 `봉`"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World Class University) 육성 사업이 해외 학자들의 ‘봉’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WCU 사업은 2008~2012년 총 8천250억원을 들여 해외 우수학자를 유치해 국가발전 핵심 분야를 연구하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국정감사에서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은 “영입한 학자들의 수준이 기대 이하이고 유치 비용도 너무 많다”라고 비판했다. 각 분야 검증평가 교수진과 함께 국내 대학이 초청한 해외 학자 345명 중 자료가 확보된 331명을 등급별로 분류해보니 노벨상 수상자, 영·미 학술원 회원 등 세계적 수준의 학자는 97명(29.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인건비와 연구비, 지원비 등을 합쳐 지급이 결정된 318명의 연간 유치 비용은 651억원으로 평균 2억원이 넘었고 3억원 이상이 11.3%, 2억원 이상은 47.9%였다. 구체적으로는 ▲5억~5억5천만원 1명 ▲4억5천만~5억원 3명 ▲4억~4억5천만원 11명 ▲3억5천만~4억원 3명 ▲3억~3억5천만원 20명 ▲2억5천만~3억원 57명 ▲2억~2억5천만원 64명 등이었다. 이 의원은 “세계 수준의 학자 97명을 초빙하는 데 든 비용은 187억원으로, 나머지는 연봉 1억원 안팎의 국내 학자를 활용해도 충분해 예산을 낭비하고 위화감만 조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세연(한나라당) 의원도 무리한 해외 학자 초빙으로 말미암은 ‘몸값 상승’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대학이 초빙하려던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1천억원을 요구했고 직원을 동원해 해외 학자 가족을 데리고 국내 곳곳을 관광시켜주는 대학도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345명의 해외 학자 중 영구 귀국 의사를 밝힌 경우는 41명(11.9%)에 그쳤으며 노벨상 수상자를 제외한 해외 석학은 2개월 이상 체류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대상자 33명 중 15명이 기간을 채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E대 H교수는 연간 4박5일 체류 일정이 전부로, 이 기간 공동 연구가 가능한지 의문이고 다른 상당수 교수도 정규 강의 없이 고작 특강을 몇 차례 하는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심지어 S대 A교수는 국내 교수 채용 때 B교수에 밀려 탈락했으나 WCU 사업의 해외 학자로 이 대학에 다시 초빙돼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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