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태국·싱가포르·필리핀 등 대부분 동남아 국가에서 TV 시장 점유율 순위는 삼성·LG·소니 3강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과거 일본 브랜드는 사라지고 국내 브랜드와 소니와의 경쟁만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말레이시아에서는 파나소닉·샤프 등 일본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의 LCD TV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세 일본 브랜드만 합쳐도 45%에 달할 정도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30년 역사’ 덕분이다. 30년전 말레이시아에 제조공장을 세우면서 인력수요 창출과 경제성장 등을 이끌어 내면서 국민 브랜드화됐고 브랜드 노출 또한 관습적으로 됐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람 페이씨(23)는 “LG·삼성 등 브랜드 이미지는 우리가 볼땐 신선하고 좋다”며 “하지만 구매할때는 부모님이 쓸때도 괜찮았던 소니나 파나소닉을 구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에서 마케팅을 전개하는 우리 기업도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공장제조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모든 게 갖춰져 있는 일본 기업의 인프라와 역사를 따라잡기 위해 토착마케팅, 게릴라마케팅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부 제조라인을 갖추고 다양한 이벤트와 후원 등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소비자가 많이 다니는 길목이나 쇼핑몰 등에 제품을 전시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1년 내내 전개하는가 하면 현지 인력 채용에 열심이다.
고태연 LG 말레이시아법인장은 “시간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을 더 깊숙히, 많이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로드쇼와 소규모 마켓 등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팔아서 보다 친근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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