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의학과 가상현실의 융합

Photo Image

가상현실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특정한 환경, 상황을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으로 인간의 오감(五感)에 일종의 착오를 가져오게 해서 마치 실제 세계에 놓여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인간·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다. 가상현실의 특징은 사용자에게 현실 상황에서 느끼는 것과 똑같은 사실감과 몰입감을 인공적으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현실을 이용해 위험성이 있어 실제 공간에 들어가서 작업할 수 없는 분야, 실제로 연습해 보기 어려운 분야, 또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가시화하는 분야 등에서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의학은 인간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실제로 연습해 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분야다. 그래서 의학 교육 및 수련을 위한 시뮬레이션 도구,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컴퓨터가 개발되기 이전인 1911년에 최초로 마네킹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형태의 교육이 시행됐고 현재는 가상현실, 햅틱, 증강현실 기술이 의학 교육은 물론이고 다양한 의학시뮬레이션, 원격수술, 정신질환 치료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의학 시뮬레이터 및 콘텐츠는 현재 기술로서도 실용적인 개발이 가능하며, 특히 가상현실 기반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 및 수련이 상호작용성, 몰입감, 현실감, 확장성 등의 장점으로 인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활용도 및 교육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의학교육은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지만 매번 개선되고 있지 않는 의학적 문제점에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요 관공서, 공공시설마다 심폐소생술을 위한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돼 있으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적절한 상황에서 충분한 교육이 부족한 탓이다. 전 국민이 익혀야 할 심폐소생술은 가상현실기술의 몰입감과 사실감을 이용해 교육함으로써 심폐소생술의 성공률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의사, 간호사 등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맥주사법을 교육할 수 있는 가상현실기술과 햅틱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가상현실 속의 정맥을 찾아 주사바늘로 정확히 찌르는 연습을 가능하게 했다. 혈관이 없는 마네킹 팔, 바늘이 없는 주사기를 사용하지만 가상현실 속에서는 주사바늘과 혈관이 보이고 환자의 연령, 질환에 따라 혈관을 뚫는 저항이 다르게 표현되며 혈관 내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수입제품이 나와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춘 국산제품개발과 기술교육애니메이션, 문제풀이, 햅틱디바이스에 익숙해지게 하는 게임 등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

 의료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 및 의료과오를 줄이는 것이다. 매우 복잡한 원인과 그에 따른 해결책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반복적이고 집중적이며 체험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환자는 건강을 위해 현실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고 의사는 위급한 상황에서 숙달된 처치, 상황에 휩싸이지 않는 합리적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 가상현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교육을 가능케 하는 빠르고 경제적인 강력한 기술이다.

 환자안전에 대한 의식이 고취되고, 최근 우리나라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의 도입으로 의학시뮬레이션과 교육의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의학 기술의 중요포인트를 가상현실과 결합한다면 이는 의학교육의 효과뿐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제고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융합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동균 가천의대길병원 유헬스케어센터장/pdk66@gilhospita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