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8조원, 게임업계 세계 3위. 얼마 전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가치이다. 1994년 창업한 이래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의 성공을 바탕으로 드디어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1조원대 연간 매출액 중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여 더욱 고무적이다.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된 이래 탄생한 신규 비즈니스 중 성공을 거둔 사례다.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열린 유통망이 있어 가능했다. 구글·페이스북·애플도 탁월한 검색 엔진과 디자인 혁신 등이 성장의 핵심동력이었으되 열린 생태계가 있어 급성장했다.
이동통신망이 구축된 이래 다양한 모바일 비즈니스가 등장했으나 통신망의 닫힌 구조로 인해 성장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일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앱스토어’로 일컬어지는 오픈마켓이 콘텐츠 시장에 얼마나 큰 성장 기회를 부여하는지는 이미 시장이 방증했다. 유럽과 남미에서 부는 ‘케이팝’ 바람 역시 유튜브라는 열린 유통망을 통해 이루어졌다. 즉 구글과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기기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공자들과 수익 공유를 지향하며 성장한다. 열린 생태계를 바탕으로 공생을 모색할 때 보다 큰 성장 과실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리하지 못했다. 방송콘텐츠는 지상파 방송사업자, 모바일콘텐츠는 통신사업자가 콘텐츠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보유함으로써 닫힌 생태계를 조성했다. 콘텐츠산업의 더 큰 성장 기회를 외면했다. 오픈마켓과 종합편성채널 출현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점은 향후를 기대케 한다. 변화의 시기를 맞아 수많은 중소 콘텐츠제작자가 제대로 성장할 때 고용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 지금껏 닫힌 생태계를 조성하고 작은 주도권과 이익에 안주한 콘텐츠유통업계의 마인드 전환이 요구된다. 더 이상 플랫폼 주도권을 콘텐츠에 대한 주도권으로 확장하지 말아야 한다. 콘텐츠가 부실해질 때 벌어질 상황을 그려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외 콘텐츠 수입은 쉬운 일이나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힘의 균형은 급격하게 콘텐츠제공자에게 넘어간다.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다.
우리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세계의 정서를 아름답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콘텐츠 제작과 개발에 참여하는 이들이 제대로 보상 받고 그 성과를 향유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열린 생태계 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를 정비해가는 일 또한 꼭 필요한 일이다. 중소 콘텐츠제작자가 시장에서 거래상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게 제도를 정비하고, 제도 준수를 권고하며, 피해를 구제하는 일은 전적으로 정부 몫이다. 더 좋은 방법은 대형 유통사업자가 자율적인 공정거래로 열린 생태계를 조성해 더 큰 공생 성과를 향유하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콘텐츠가 세계 콘텐츠산업을 좌우하는 날을 꿈꾼다.
김한곤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kimhg@kocc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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