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TV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일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디지털TV로 전환 추세를 먼저 감지하고 기회를 선점한 한국 기업이 비스타 시장의 ‘1차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비스타 시장 탈환 전략이 가시화됨에 따라 한국 기업이 2차전에서도 승리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기술력·제품력·마케팅력 3박자를 갖춰 경쟁해야 하는 소비재인 TV시장에서 비스타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세계 정상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금액 기준으로 한국 기업 세계 TV시장 점유율(34%)은 일본 (4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은 다시 한국 35%, 일본 37%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날로그 TV 시절 비스타 시장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지닌 일본 기업 벽을 30여년 동안 넘지 못했으나, TV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기업은 선두업체와 비슷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일본 기업이 LCD· PDP TV 중 하나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을 때 삼성전자·LG전자는 역발상을 통해 이 둘 모두를 생산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했다. 샤프·소니는 LCD, 파나소닉은 PDP에 집중한 결과, 시장 변동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 반면 한국 기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다.
또 큰 화면·디자인 등을 중심으로 ‘게임의 규칙’을 주도했으며,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스피드 경영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세계 주요시장을 전면 공략한 것도 큰 효과를 냈다.
한국 기업은 적극적인 기술개발(R&D)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를 개발하고 약 1500건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일본기업들에 비해 3∼6개월 앞서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비스타 시장에서 지금 경쟁 우위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고, 비스타 시장을 탈환하기 위한 일본 기업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본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혁신적인 선도 기술과 새 비즈니스 모델로 재무장하고 있다.
2008 회계연도에 파나소닉과 소니는 각각 3674억엔, 754억엔 등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을 치르며 체질개선을 단행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축적된 기초 기술을 활용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한·일 기업들의 비스타 시장 선점 경쟁의 2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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