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대한민국 인터넷의 화두를 꼽는다면 ‘트위터’를 빼놓을 수 없다. 피겨 여제 김연아가 한다고 해서 화제에 오른 트위터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의 대부분이 그 존재를 알게 됐다. 포드나 코카콜라와 같은 대기업이 블로그나 마이스페이스, 트위터를 운영하는 현실은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트위터 마케팅으로 사업에 성공한 꼬치구이 ‘고기’의 성공사례 역시 이미 친숙한 이야기다.
트위터를 포함해 블로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팟캐스트 등의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이미 인터넷 이용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이 시점에서 전자신문은 소셜 미디어의 현재 모습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셜 미디어의 세계적 거장으로 꼽히는 조시 버노프 포레스터리서치 부사장과 산업계, 학계, 이용자를 대표하는 각 인물들이 참석해 소셜 미디어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 : 조시 버노프 포레스터리서치 부사장, 강은성 SK커뮤니케이션즈 CSO,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내가영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석사과정
◇사회 : 장동준 생활산업부 차장
◇사회=사회 전반에서 소셜 미디어에 대한 화제가 끊이질 않는다. 근본적 주제부터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소셜 미디어가 사회 각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갖고 올 것이라 보는가.
◇조시 버노프 포레스터리서치 부사장=균형이 바뀔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 소비자와 정부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진다. 누구라도 웹이나 소셜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다면 이를 직접 표출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이나 정부가 개인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고객보다 더 많이 알아서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도 기업만큼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기업이 정보를 은닉하려 해서는 안 된다. 종종 기업에 ‘누가 너의 가장 훌륭한 소비자냐’는 질문을 하는데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여성’처럼 막연한 대답은 곤란하다. 고객의 신상부터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까지 알아야 한다. 힘의 균형이 바뀌기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소셜 미디어를 더욱 잘 활용해야 한다.
◇강은성 SK커뮤니케이션즈 CSO=소셜 미디어는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더 신뢰감 있는 정보가 형성될 전망이다. 네이트의 뉴스와 댓글은 실명이 드러나는데 익명으로 달 때보다 내용이 건설적이고 댓글의 내용이나 표현이 상당히 순화되고 있다. 단순히 실명이어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의 글에 책임감을 느끼는 듯하다. 인터넷과 관련한 역기능 문제가 제기되는데 오히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화되면서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 향후에는 다른 인터넷 서비스들이 소셜 미디어의 특징을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기대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 그 관계가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게 그라운드 스웰을 가져오는 배경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중요한 환경에서는 인터넷 공동체에 의한 규제가 바람직하고 정부의 규제는 필요치 않다. 규제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영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 석사과정=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주는 측면이 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모바일을 통해서도 사람들과 연결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회=소셜 미디어를 전 세계적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만약 전 세계적이라면 문화적 차이도 있는가.
◇조시 버노프=명백히 세계적인 현상이다. 물론 네덜란드나 미국·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소셜 미디어의 인기가 높고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면 소셜 미디어 이용이 활발한 차이는 있지만 나는 소셜 미디어를 확실히 전 세계에서 목격하고 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 예를 들면 브라질에서는 사람들이 밤에 나가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에서 인터넷으로 e메일을 보내는 등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한다. 일본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폭발적 인기의 소셜 미디어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고 격하하는 의견도 있다.
◇장덕진=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반대한다. 우선 이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것이라는 데는 찬성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인터넷 이용 형태를 변화시킨다는 점에는 반대한다. 트위터·마이스페이스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소셜 네트워킹은 있었다. 구글·아마존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나오는 소셜 미디어는 이런 소셜 네트워킹을 새롭고 현명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형태다.
◇조시 버노프=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이것은 인터넷의 근본적 변화다. 소셜 미디어가 나오면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소셜 미디어 이전부터 소셜 네트워킹이 있었다는 장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게시판이나 토론 포럼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최근 우리가 말하는 소셜 미디어는 이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 방법론이다.
◇내가영=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결국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욕구를 확인하는 새로운 통로나 창구 역할을 한다고 본다. 소셜 미디어가 없을 때는 몰랐겠지만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정보를 추구하고 원하는 것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강은성=사용자들 시각에서 보면 인터넷 이용 대부분은 포털이 중심이다. 이 속에 정보가 너무나 많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또 나와 관계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보를 찾게 된다. 현재와 같은 경향이 없어진다 해도 소셜 미디어는 심화·확대되는 방향으로 가면서 발전한다. 앞으로 다른 포털이든 쇼핑몰이든 그 안에 소셜 미디어의 성격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사회=집중된 정보가 많이 공유되고 있고, 지역에 의한 정보격차도 많이 해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는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가 이것을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는 정보격차가 존재하는가.
◇조시 버노프=정보격차는 빈부 간의 차이보다는 젊은이와 노인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인터넷 이용이 노인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소외되고 있는 하나의 그룹이 있다. 브라질·아프리카의 극빈자들과 문맹자다. 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정보격차는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장덕진=전통적인 의미의 정보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정보격차의 원인인 접근 가능성이 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영향력 격차가 생겼다. 트위터의 예를 들면 100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사람과 5명을 가진 사람의 차이다. 이 공간에서 어떤 사람은 1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사람은 10표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 영향력 격차는 타고난 배경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의 활동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막으면 그라운드 스웰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걸 막을 이유는 없다.
◇내가영=트위터 이용을 살펴보면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 격차가 존재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트위터에 팔로잉 한 대상을 보면 주로 연예인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 혹은 타임지 같은 기업이다. 사람들과 관계 맺는 부분도 있지만 영향력 중심으로 가게 된다.
◇사회=소셜 미디어가 활성화되면 네티즌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질 전망이다. 기업은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조시 버노프=기업이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대목은 듣기다. 인터넷에서 소비자들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의견을 내는지 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파괴를 원하지 않는다. 기업에 무언가를 말하고, 대화하고 싶어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다가가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인 월마트는 직원 대우가 안 좋아서 나쁜 평판이 돌았다. 반면에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월마트는 소비자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기업이 지금까지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매스마케팅을 해왔다면 이제 고객 서비스는 고객 개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강은성=사용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는 기업에 굉장히 좋은 기회다. 제안이든 비판이든 사용자들의 머릿속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서비스할 수 없다. 이용자의 생각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화두다. 우리는 서비스 블로그와 각 부서 블로그가 있는데 이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실제 서비스와 전략을 만들 때 이 의견을 반영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지만 회사 성장의 밑바탕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장덕진=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준비나 여건은 마련돼 있다. 문제는 여기에 어떻게 불을 붙이는지다. 불이 붙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가장 큰 차이를 알아 나가야 한다.
◇사회=소셜 미디어가 기업에 직접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 자체가 수익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렇다면 사업성이 있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지 의견을 듣고 싶다.
◇조시 버노프=일반적인 회사에서도 소셜 미디어가 이익 창출에 도움을 준다. 일례로 미국의 신발 회사 제포스는 모든 직원들이 트위터를 사용, 소비자들과 직접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서 고객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고 사업에 성공했다. 성공한 제포스는 아마존이 인수했다. 싸이월드·페이스북 등에서 아직까지 수익 모델이 창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만들어질 수 있다.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시도돼 왔고 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강은성=우리가 9월 말에 오픈하는 콘텐츠 오픈마켓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우리의 콘텐츠 오픈마켓은 소셜 미디어에서 쓰기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서로 공유하면서 즐기는 장이다. 유료 판매 수익을 개발자도 가져가고 우리도 얻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한 가지 실험을 해봤다. 특정 콘텐츠를 배너광고에 내보내는 것보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보냈을 때 더 좋은 반응이 나왔다. 이 점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 역시 개척해야 할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장덕진=세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겠다. 첫째는 수많은 기업과 정부가 자신들의 사이트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안 온다는 점이다. 이는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만드는 게 최초 단계다. 둘째는 소셜 미디어는 선발주자의 이점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서 돈을 버는지다.
◇사회=앞서 나온 의견이 가능해지려면 소셜 미디어의 정보를 이용자들이 신뢰해야 한다. 여기 계신 분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신뢰하는가.
◇내가영=주변 지인들을 봐도 소셜 미디어에서 나온 정보를 많이 믿는 편이다. 아는 사람이 추천해주는 효과도 있고, 어떤 관계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면 그 정보의 신뢰도 갖게 된다.
◇조시 버노프=포레스터리서치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기업보다 이방인을, 이방인보다 친구가 말해 주는 정보를 더 많이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회=소셜 미디어가 인터넷의 진화에서 지속적인 흐름이고, 기업 활동에도 중요한 수단임을 확인하게 됐다. 그렇다면 미래의 소셜 미디어는 어떤 식으로 진화할까.
◇조시 버노프=현재는 소셜 네트워크가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아이디가 다르다. 핵심은 오픈 아이디다. 오픈 아이디가 확산되면 아이디 표준이 이뤄져 한 사람이 특정 인터넷 공간에서 하는 행위를 다른 사이트에서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특징은 확산일로를 걷게 된다. 또 모바일이 앞으로 소셜 네트워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해진다. 어디에서 무엇이든 항상 갖고 다니며 소셜 미디어에 접속, 큰 힘을 형성할 전망이다.
◇장덕진=조시 버노프 부사장의 이야기처럼 소셜 웹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사회적인 관계에 동참하는 주체들이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로 확대된다. 예를 들면 식당과 나와 내 친구 주차장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사람과 사물, 그리고 위치가 동시에 연결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강은성=매우 좋은 지적이다. 우리는 포털 안에 소셜 네트워크를 접목한 네이트 커넥트를 만들었다. 포털이 소셜 미디어 수용 방안을 모색한 결과다. 이용자와 다른 사이트의 관계를 네이트 안에서 포함시키는 시도다. 나와 생활의 모든 관계가 소셜 네트워크에 포함돼야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다.
◇내가영=모바일 쪽으로 강화된다는 예상을 한다. 지금까지의 소셜 미디어가 고정된 공간에서 활용됐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모바일 소셜 미디어는 짧은 문장의 트위터 같은 형식으로 발전이 기대된다.
◇사회=소셜 미디어의 중요성은 현재 인터넷 흐름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 관련 연구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정리=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홍승모부장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