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이 융합 소프트웨어(SW)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다.
한국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융합 SW다. 자동차·조선 등 한국의 전통 제조산업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최고’로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최고급 상품은 여전히 선진국에 밀리는 추세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융합 SW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 ‘IT미래 전략 보고회’에서 융합 SW를 포함한 융합IT는 대한민국 10대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요한 단초로 제시되기도 했다. 업계와 정부가 핵심 산업으로 인정하는 만큼 융합SW는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융합 SW란 = 융합SW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SW를 활용해 전통산업과 SW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며 이를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IT와 BT의 융합, IT와 NT의 융합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이 일어나는 가운데, 융합 SW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각 분야에서 SW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나 전투기 등에서 개발원가 중 SW 개발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통신기기는 2002년 39.3%에서 2006년 54.3%로 증가했으며, 자동차의 경우는 37.9%에서 52.4%로 높아졌다. 전투기 개발원가의 SW 비중은 39.7%에서 51.4%로 올라갔다. F-22기의 경우는 SW 비중이 80%나 된다.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제어·선박·군용(항공)의 융합 SW 시장은 협소하기만 하다. 자동차, 선박, 군용(항공) SW는 각각 약 5000억원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액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자동화 시장은 이에 비해 1조1000억원으로 두 배 정도다.
이에 비해 자동차·산업제어·선박·군용(항공)의 시스템 생산액은 2조4000억원으로, 20.4%에 달한다. 이 중 자동차, 선박전자제어는 각각 7.3%, 14.5%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동차·선박 등의 임베디드 SW 육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성공적인 융합 SW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4년전부터 사용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뉴질랜드 등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세계 시장에서 융합 SW에 주목하는 것도 물론이다.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임베디드 시스템 생산액은 1조60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와 달리 선박 전자제어 시스템 시장이 가장 큰 규모다. 5400억달러로 32% 정도다. 자동차와 산업 전자제어 생산액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산업전자제어는 2100억달러로 12.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분야 SW생산액은 1500억달러며, 시스템 생산액 대비 9.0%를 차지하고 있다.
◇융합 SW에 뭉칫돈이 풀린다 = 정부는 올해만 융합SW 기술 개발과 마케팅 지원에 지난해보다 3배가량 많은 654억원을 투입한다. 지식경제부는 우선 194억원을 들여 자동차 등 전략 산업과의 SW 융합형 R&D를 확대하고 신규로 선박통합관리시스템 등 조선분야 연구개발(R&D)도 추가할 예정이다.
주력 제조업·서비스 산업과 SW 산업의 융합을 위해 대규모 융합제품 상용화 지원에는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400억원은 지정과제와 공모과제를 거쳐 집행할 예정이다. 지정과제는 융합SW 전문기업이 요소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수요·부품·SW 기업과 신뢰성 평가기관이 참여하는 구매조건부 제품 개발 등의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또 수요기업과 공급기관 간 상호 협력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참여하는 주요 산업별 포럼도 운영한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표준화 활동도 벌인다. 차량용 전장시스템 국제 표준화 단체 활동을 위해 2011년까지 총 155억원을 지원한다. 국산 융합 SW를 수요처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별 융합 SW 기술의 신뢰성 검증 방법론과 인증 체계도 마련한다. 차량 전장시스템 안전 공정기술 방법론도 올해 10억원을 들여 개발할 계획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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