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뉴IT,기술이 미래다-저전력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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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소모량을 줄이는 ‘저전력’ 반도체가 세계 IT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24시간 가동되는 서버 생산 업체들 및 휴대폰, PC 업체들을 중심으로 ‘저전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IT) 시장의 전반적인 친환경 기조 강화, 소용량 휴대용 배터리를 써야 하는 모바일 기기의 확산 등 역시 저전력 반도체가 주목 받는 배경이다.

 ◇높아지고 있는 환경 규제=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 EU 등 24개 WTO 회원국에서 68건의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규제가 신규 도입됐다. 이는 지난해 집계된 기술규제 1248건 중 5.4%에 해당하는 것으로, 2007년 1016건 중 25건(2.4%)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절약과 탄소배출량 감소 등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토록 규제하거나 관련 제품에 에너지효율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기술규제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가전과 IT 제품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국이 요구하는 에너지효율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판로가 일순간에 막힌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지난해 총수출액 4220억달러 중 약 25%를 차지한 가전 및 IT 제품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규제가 도입되면 각국의 기술표준, 시험·검사 등 적합성 평가 및 품질관리시스템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해당국 기업들에 비해 제품 설계 변경 등 대응체제를 정비하는 데 혼란을 겪는다. 결과적으로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왜 저전력 반도체인가=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2011년 전세계서 운영되는 서버는 약 6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버 한 대당 평균적으로 소모하는 전력은 600W다. 2011년이 되면 서버로 인한 전세계의 전력 소비량은 36기가와트(GW)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서버 사용량의 1%만 절감해도 수력발전소 하나의 용량인 360메가와트(MW)에 상당하는 전기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자체가 소비하는 전력 문제도 있지만 PC, 휴대폰, 냉장고 등을 제어하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기기 전체 소모량이 달라진다.

 실제 현재 가장 높은 전기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기기는 서버, 데스크톱 및 노트북, 이동통신단말기용 배터리 충전기 등에 사용되는 전원공급장치(파워서플라이)와 전기 모터로 꼽힌다. 그런데 여기에 효율성 높은 반도체나 전력관리반도체를 사용하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과 같은 가전에 사용되는 전기 제어 모터 드라이브의 에너지 효율을 최대 35%까지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전력 반도체 개발 총력=전세계 친환경 정책과 이에 따른 규제 강화가 이어지자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불이 붙고 있다.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최근 17개 유럽 기업들과 함께 ‘스마트PM(Smart Power Management in Home and Health)’이란 단체를 결성했다.

 이는 가전, 파워서플라이, 보건 및 의료 기기의 전력 소비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기술 협력체로, 이들은 전자제품의 전기 에너지 소모를 최대 25%까지 절감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방출 절감을 목표로 공동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술협력체엔 벨기에,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델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메모리 분야에서 기민한 대응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40나노급 2기가비트(Gb) DDR3 D램을 개발하고 서버 등 전자기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이 개발한 DDR3 D램은 소비전력이 28와트(W)에 불과하다.

 반면, 현재 많이 쓰이는 60나노급 1Gb DDR2의 소비전력은 102W에 달해 저전력을 요구하는 수요에 적합하다. 하이닉스 역시 전체 D램 중 DDR3 D램 비중을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하는 등 저전력 반도체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이 밖에 PC 메인 프로세서 업체인 인텔은 CPU의 전력 소모량을 지속적으로 낮춰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차량용 반도체, 모바일용 반도체 기업들도 전력을 낮추는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