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인터넷 게이트키핑제`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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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없던 시절, 자신의 의견을 미디어를 이용해 세상에 밝히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고 벽이 너무 높아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기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려는 기질이 있는 우리나라 네티즌에게 좋은 매체로 다가오게 됐다. 그 결과 인터넷이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역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악성댓글(악플) 문제와 사이버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인터넷 역기능 문제 역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인터넷 게이트키핑(internet gate keeping)’ 같은 제도의 부재가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매스컴은 기자를 공채해서 기사작성법 등을 포함, 일정기간 교육을 거친 후 현장 취재 기사를 작성해 오면 내부의 선배기자 또는 데스크에서 게이트키핑이라는 사전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에서 수정보완을 거쳐 최종적으로 기사화하는 것이다. CNN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경험 많은 전문기자를 배치,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네티즌이 기자인 오늘날, 네티즌은 전문기자들이 거치는 게이트키핑이라는 과정을 생략한 채 자신의 의견을 기사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이버 명예훼손이라든지 저작권 문제 등에 휘말려 범법자가 될 소지가 충분한데도 방치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터넷에서의 게이트키핑 제도(인터넷게이트키핑 제도)를 시급히 도입·활용함으로써 네티즌이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제도를 적용할까. 인터넷게이트키핑 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때, 아마도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전검열’ 등을 이유로 들면서 반대할 것이다. 본 제도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든가 사전검열이라기보다는 네티즌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되 사이버범죄와 같은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 교육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게이트키핑 제도의 단계적 접근 즉, 초등학생 대상으로 본 제도를 우선적으로 실시하면서 단계적으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나아가 일반 대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누구를 인터넷 게이트키퍼로 활용할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청소년은 우선 부모형제를 게이트키퍼로 삼는 것이 교육 효과가 클 것이다. ‘우리 가족은 우리가 가르치고 보호한다’는 의미에서도 바람직하다. 자신이 작성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 전에 게이트키퍼(부모형제)를 거친다면, 기동성에서 한 박자 늦을지 몰라도 표현의 순화기능에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여러 가지 여건상 청소년 주위에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만한 부모형제가 없다면 대학생 중에서 일정 교육과 훈련을 거친 학생을 선발해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인터넷게이트키핑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절차를 포함해 역할, 양성, 제도의 대상 사이트와 확대방안 등의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성급한 기대일지 모르지만 현재 실시되고 있는 본인확인제도와 연동해 인터넷게이트키핑 제도를 실시한다면 인터넷 역기능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호 선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jhpark@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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