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매각 안내문을 인수후보기업군을 대상으로 공식 발송하기로 하는 등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 의사를 피력할 후보 기업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하이닉스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4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무릅쓰고 참여할 기업이 적어 연내에 매각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 매각 안내문 발송=하이닉스 주주단이 매각 안내 발송문을 보내기로 한 기업은 43곳이다. 이 기업들이 모두 하이닉스 경영권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다. 의지 여부와 상관없이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들 목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 가운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대기업군이 분명히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 안내문) 보내봐 달라’는 기업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주단과 업계에선 대기업 4∼5곳이 하이닉스 경영권 인수에 의사를 표명하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닉스 인수 가능 기업은 어디=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거나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삼성전자는 반독점 규제 문제 등으로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범LG가, 범현대가, 포스코, SK그룹은 인수 가능 기업으로 점쳐졌다. 풍부한 자금력과 반도체 및 IT 사업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기업은 인수 의향을 극구 부인한다.
LG·LS·GS 등 범LG가는 과거 IMF 이전 반도체 사업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LG는 시스템반도체, LS는 전력용 반도체 사업에 적극적이다. 게다가 LGD는 팹리스인 TLI를 통해 간접적으로 매그나반도체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범LG가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현대중공업·KCC 등 범현대가도 늘 인수 가능 기업에 분류된다. 더욱이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2001년 이전만 해도 현대의 간판 기업이었다. 그런만큼 범현대가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늘 있다.
SK도 통신사업과 시너지를 위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는 휴대폰 사업을 재개하는 등 통신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기술력이 나름 필요하고 내수에 치우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 포스코도 2000년 신세기 통신을 SK텔레콤에 넘겼지만 IT 사업 경험이 있으며 인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하이닉스 매각 올해 넘길 수도=연내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인수지분(약 28%)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치면 4조원 내외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더욱이 매년 최소 1조원 이상을 설비에 투자할 정도의 자금력을 지닌 기업이 드물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 의향을 구체적으로 타진했다면 그 회사 주가는 분명 크게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연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안정성이 불안한데다 하이닉스의 채무가 많아 앞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1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주주단이 7개월 사이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매각 작업에 들어간 점, 그것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두고 어느 정도 인수희망자와 물밑에서 얘기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때는 매각 작업이 순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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