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다수 중대형 증권사의 선물옵션거래시스템이 통신사 망을 통해 한국거래소(KRX) 매매체결시스템과 우회적으로 연결돼 있는 데 반해 코스콤의 아웃소싱을 받고 있는 일부 고객사의 선물옵션거래시스템은 사내 네트워크에서 KRX 시스템에 직접 연결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증권업계가 불공정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스템 간 내부 네트워크로 직접 연결할 경우 통신망을 통해 우회 연결하는 것에 비해 주문체결 속도가 20% 가량 더 빠르다고 증권업계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KRX와 코스콤은 지난 2일과 4일 각각 주요 증권사의 실무 부서장,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을 대상으로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증권업계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그동안 KB선물, 부은선물을 비롯해 일부 증권사 등 아웃소싱 고객사를 대상으로 전용 서버를 설치해 사내 네트워크로 KRX 시스템과 직접 연결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의 일부 증권 고객사와 선물사는 KRX 신관 시스템실과 별관 건물 일부 공간에 전용 서버가 설치돼 있으며 이 시스템은 KRX 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코스콤에 원장을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선물옵션거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중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KT, 데이콤 등 통신사 망을 통해 우회적으로 KRX 매매체결시스템과 시스템이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선물옵션 거래 시 주문체결 속도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중대형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선물옵션 거래의 경우 급격한 시세 변화를 놓치지 않고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속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 선물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트레이더들은 ‘1000분의 1초’의 속도가 손익을 좌우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중대형 증권사들이 선물업 인가를 취득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시스템 속도의 미세한 차이를 발견한 증권사들이 금융감독 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급속히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KRX 차세대시스템이 오픈하면서 매매체결 속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빨라진 것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기존에는 매매체결 속도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KRX의 차세대시스템 속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직접 연결된 선물사 시스템 주문체결 속도가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과 선물옵션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라며 “투자 금액에서도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속도가 손익과 직결되므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최근 대형증권사들의 일부 외국 고객들이 매매체결 속도에 불만을 나타내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원인 분석에 나서면서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것”이라며 “코스콤 내 전용 서버를 설치해 운영해 왔던 일부 선물사는 주문 속도가 빠르다는 내용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RX 측에서는 의도와는 다르게 시스템이 연결돼 있었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일 증권사의 실무 부서장들과 대책회의를 진행했고, 4일에는 주요 증권사의 CIO들을 불러 모아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RX 측은 현재 모든 증권사와 선물사들이 통신사의 회선을 거쳐 KRX 시스템과 연결되도록 회선 정책을 변경하는 작업을 코스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 코스콤의 고객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정우 KRX 이사(IT전문위원)는 “현재 관련 금융사 담당자들과 함께 이번 이슈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선정책 변경 여부와 관련해 김 이사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대형증권사의 CIO는 “이 문제는 정확하게 말해서 기회 불공정이 핵심 이슈”라며 “사전에 모든 증권사에 관련 내용을 공지 않고 일부 금융사에게만 혜택을 제공해 왔다는 것이 문제인 만큼 앞으로 KRX 측에서 형평성에 맞게끔 문제를 잘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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