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가 현실이 됐다.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에서 관장하는 국책보험인 풍수해보험의 신규가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긴급히 T/F팀을 꾸려 지난 9월3일 대책회의를 가졌다. 지난 8월12일 이미 풍수해보험의 가입건수가 44만8068건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예산이 부족하게 됐다.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은 전국에서 시행중인 풍수해보험의 신규 가입을 8월말까지 제한한다고 지난 8월10일 공고했다.
풍수해보험의 보험료는 가입 건수에 대해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61%에서 68%를 지원하고 가입자(본인 부담)가 나머지 32%에서 39%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이 모자라게 되면 가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2009년 풍수해보험 사업계획’에 배정된 예산은 총 68억원으로 이중 63억5000만원이 보험료 지원금으로 쓰이는 액수이다. 총 가입건수가 45만건에 육박해 보험료 지원금 중 70% 정도의 예산이 사용되면서 소방방재청은 신규가입자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희춘 소방방재청 재해보험과장은 “예산이 적어 지금으로써는 신규가입자를 억제하고 작년 에 가입한 재가입자들의 운영에 신경을 쓰는 방법이 최선”이라며 “불용예산 가용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지자체의 지방비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춘 과장은 또 “풍수해보험은 전국사업으로 시행 된지 이제 막 2년째에 접어들었고 1년 사이 가입률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예산 예측이 힘들다”며 “예산을 예측하는 것은 1년 정도 더 운영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풍수해보험은 올해 폭발적인 가입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도 올해와 같은 액수의 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비춰져 많은 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2010년도 예산(안) 개요’에 보면 내년에도 총 68억원 예산이 지원될 계획이며 보험료 지원에 63억8600만원, 풍수해보험 홍보 등 7400만원, 풍수해보험 활성화 연구개발 4000만원이 계획돼있다.
이희춘 소방방재청 재해보험과장은 “내년에는 신규가입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보험이 꼭 필요한 층에게 할애할 예정”이라며 “풍수해보험 가입기간을 일정하게 지정해서 그 동안만 가입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한 보험사의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풍수해보험 시장이 점점 커져나가는 만큼 예산도 확대돼야한다”며 “지금 예산보다 두 배 이상은 확대돼야 충분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또 “2010년에 추가될 풍수해보험4(소상공인보험) 상품이 추가되면 풍수해보험의 가입 범위는 대도시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와 같은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올해 신규가입 건만으로도 예산이 다 소진돼 작년 가입 건들의 갱신과 유지가 힘든 입장”이라며 “정부 예산의 전력적인 지원이 있어야 매출 확대를 바라볼 수 있는데 올해 예산과 같게 놓으면 신규가입자를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풍수해보험 담당자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 기획재정부와 보험사업자들 사이에 낀 소방방재청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놓고 뒷북치는 인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은 정책보험인 만큼 정부의 사업운영에 대한 장점과 민영보험사의 전문성이 잘 융화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져야한다. 정부와 보험사, 국민이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