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산업은 휴대폰·디지털 기기 등 IT 전방 산업의 성장과 국내 기업들의 집중적인 투자 속에 단기간에 세계 정상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더 도약하기 위해선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 안착과 소재 기술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이 세계 2차전지 시장의 95%를 차지했다. 지금은 우리 2차전지의 시장 점유율이 25% 수준까지 올라갔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은 세계적인 2차전지 메이저로 부상했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휴대폰·노트북PC 등 모바일 디지털 기기용 2차전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응, 그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우리 기업들도 이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GM의 하이브리드 카 ‘시볼레 볼트’에 내년부터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억달러를 투자, 미국 미시간주에 현지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2차전지를 공급했다. 현대모비스와 배터리팩 합작사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생산을 위해 독일 보쉬와 합작으로 SB리모티브를 출범했다. 이 회사는 최근 BMW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 2013년부터 8년간 공급에 나선다. SK에너지도 화학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2차전지 소재 기술력 확보도 관건으로 꼽힌다.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히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전해액과 양극재는 어느 정도 국산화가 진척됐지만 격리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GETI 조사에서도 국내 소재 기업들의 특허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 소재의 국산화율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키·토다·미쓰비시·쿠레아·셀가드 등 일본·미국 기업으로부터 4대 소재를 수입하고 있다.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핵심 부품소재는 물론 셀 생산장비도 선진국에 전량 의존하는 상황이다. 부품소재와 장비 기술의 부족이 국내 2차전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소재·장비 분야의 경쟁력이 약한 편이지만 국내 대형 2차전지 업체들이 소재 내재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전문 기업들도 소재 개발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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