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플루의 급격한 확산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일 기준으로 공식감염자가 4300명에 육박하면서 유행단계에 들어섰고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플루가 하반기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는데도 정부대책은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한두 달 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이번 신종플루는 올 초 멕시코의 돼지농장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사람에게 옮겨온 호흡기 질환이다.
감염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기침, 재채기에 자주 접촉하게 되면 최장 7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서 발병하게 된다. 환자는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병증을 보이지만 99% 이상은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치료시기를 놓쳐서 폐렴, 급성호흡부전 등 심한 합병증으로 발전하면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물론이고 건강한 젊은이도 사망할 수 있다.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사망률은 국가의 보건수준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국내의 경우 치사율은 감염자 1만명 중 6명, 즉 0.06%로 기존의 계절성 독감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해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노약자들이 독감으로 생기는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흔히 있었다. 따라서 이번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독성이 유독 치명적이라고 규정하긴 어렵다.
문제는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 전파능력이 대단히 강하다는 점이다. 계절성 독감에 비해 퍼지는 속도가 무려 3배는 빠르다.
신종플루의 놀라운 전파속도는 사망자 100명을 넘어서는 시간을 다른 질병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조류독감은 2년, 사스(SARS)는 5개월이지만 이번 신종플루는 2주일에 불과했다. 바싹 마른 겨울숲에서 일어난 산불처럼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지난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선호해 집단감염은 다소 억제됐지만 각급학교의 개학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은 백신생산에 총력을 다해서 올 연말까지 1000만명에게 백신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운이 좋아서 11월에 일찍 백신을 맞더라도 몸 속에 항체가 생기는 데 한 달 넘게 걸리기 때문에 무조건 안심해선 안된다. 정부당국이 치료제와 백신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2차감염이 확산돼 자칫 대응시기를 놓친다면 심각한 비상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실수와 사회적 파장=정부여당은 지난 5월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나온 뒤 백신확보 예산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렸다. 그나마 신종플루 백신의 정부구매가를 너무 낮춰잡아 해외 제약업체들이 입찰을 외면하는 바람에 제때 물량을 확보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됐다.
더 큰 실수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발병초기 ‘신종플루가 별 것 아니다’ ‘계절성 독감보다 약하다’는 식의 낙관적 정보만 국민들에게 주입한 것이다. 결국 왜곡된 정보로 신종플루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은 느슨해졌고 본격적인 유행단계를 맞아 호들갑을 떠는 정부의 모순된 태도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신종플루 증세가 의심되는 직장인도 사무실에 어김없이 출근하거나 개인위생을 위해 손을 자주 씻으라는 지시에 무신경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정부의 입장도 난감할 것이다. 신종플루의 이차 확산을 막기 위해 임시휴교를 비롯한 강력한 선제조치를 발동하자니 민심이 동요하고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반면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다 신종플루 확산을 적절한 선에서 통제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 더 큰 정치적 후폭풍과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봄 플루 확산이 다소 진정되면 사망자 유족들이 촛불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독성이 훨씬 높은 변종 바이러스, 이른바 ‘신종플루 2.0’ 이 국내에 상륙해서 1000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사회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지난 20세기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각국을 휩쓴 대유행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18년 스페인독감(사망자 5000만명), 1957년 아시아독감(200만명), 1968년 홍콩독감(100만명)이 대표적 사례였다.
지금은 바이러스와 싸울 의학기술과 방역체계가 훨씬 발달되어 과거와 같은 참사가 재현되진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좁아진 지구촌 경제에서 질병 확산이 던지는 파급효과는 과거보다 더 커졌다. 간신히 회생조짐을 보이던 세계경기가 다시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정부당국은 눈앞의 방역대책에 매달린 나머지 신종플루 확산이 여타 사회부문에 미칠 예기치 못한 위험성에 대응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사회혼란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내일 보건소에 와서 백신을 맞으라는 통지서만 기다릴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신종플루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단계별 대책을 미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신종플루 미래 시나리오=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는 지난 8월 초 미래예측기법에 따라 신종플루의 확산 17단계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신종플루에 대한 낙관론이 걱정을 압도하는 8단계를 넘어서 사회적 위기감이 크게 높아지는 9단계에 진입했다. 현실화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신종플루 시나리오를 11단계까지 소개한다.
9단계 :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시점에서 감염확정자가 5000명에 이르고 직장 내 신종플루 집단감염 우려가 늘며 일부 학교에서 휴교령이 잇따른다. 증권가에는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경제충격에 관한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된다. 각국의 신종플루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사재기가 치열해진다.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정부의 정보통제가 본격화된다. 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신종플루 환자통계를 일일 현황이 아니라 주 단위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10단계 : 학교와 직장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실제로 일어난다. 학부모들의 우려로 결석생이 크게 증가하고 신종플루로 급성폐렴에 걸린 중환자 수가 급증한다. 투자자들의 비관적 경기전망에 따라 주가하락이 시작되고 일부 주부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선다. 지하철, 버스, 비행기와 같은 공공교통수단을 기피함에 따라 출퇴근 시 개인차량 비중이 크게 늘지만 전반적 교통량은 감소한다. 극장,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서비스업종 매출이 급감한다. 민족의 이동이 시작되는 추석연휴(10월 2∼4일)에 10단계로 진입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 외부활동을 꺼리면서 온라인교육, 원격의료, 영상회의, 온라인 쇼핑, 게임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11단계 : 국내 감염확정자 10만명, 사망자가 두 자릿수로 진입한다. 주요 거점병원의 수용능력이 한계를 보인다. 외국계 투기자본 이탈로 주가폭락한다. 신종플루 감염우려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이 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회사 노동력의 평균 10%가 플루 감염으로 결근하면서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간다. 도시통행량이 50% 감소해 거리는 한산해지고 온라인 쇼핑몰은 배달망에 차질을 빚는다. 기존 백신과 치료제에 내성을 지닌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외신이 나온다.
◇단계별 대책=최상의 시나리오는 신종플루의 독성이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판명되고 예방백신이 널리 공급될 때까지 현수준(9단계)에서 추가감염을 억제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가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아직 미흡한 정부의 방역대책과 해외 감염추세를 고려할 때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평가할 때 정부당국이 겨우내 신종플루 확산을 10단계 수준에서 막아낼 경우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의료계 외에 사회 각 부문의 자발적 협조가 절실하다.
학교는 2부제 수업을 실시해 학급당 밀집도를 줄이고 학생 간 자리간격을 1m 이상 유지해야 한다. 집단행사 및 대규모 공연, 수학여행은 무조건 연기가 바람직하다.
기업체는 신종플루의 기업 내 감염확산에 대비해 재택근무와 같은 탄력적인 조직운용과 비상전략을 미리 수립해 두자. 정부는 생필품 사재기 등과 같은 사회혼란을 단속하고 대중교통의 감염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생활에서 온라인 활동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과부하가 걸린 IT인프라가 악성해커들의 목표물이 되지 않도록 IT인프라에 대한 보안수준을 높여야 한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신종플루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총리 산하에 사회, 경제, 문화, 의료, IT 등을 아우르는 전담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신종플루 17단계 시나리오-
1단계: 멕시코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사망자 첫 발생. (4월 13일)
2단계: 최초 발병지 주변의 1차 감염저지 실패
3단계: 신종플루 발생국의 여행자를 통해 북미로 감영 확대.
4단계: 빠른 속도로 각국에 전염 시작
5단계: WHO 신종 인플루엔자 주의경보 발령, 각국 정부 감염방지 나서.
6단계: WHO 세계적 전염병(팬더믹 단계) 발령
7단계: 첫 발병지 중심으로 사망자 증가. 학교, 군부대 집단감염 사례 발견.
8단계: 각국 정부 민심안정 위해 낙관론 펼쳐.
휴가철 빈번한 해외이동으로 2차 감염 우려.
9단계: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감염확정자 5000명 돌파 (9월 초)
일부 학교 휴교령, 경제타격 우려감 고조.
10단계: 집단감염 급증, 생필품 사재기 시작.
대중교통 기피현상, 도시 통행량 20∼30% 감소,
11단계: 국내 감염확정자 10만명. 사망자 십수명
외국계 투기자본 이탈. 주가하락 본격화.
12단계: 정부 비상사태 고려, 모든 공공행사 중단.
공장가동률 최저수준. 부도와 폐업 잇따라.
13단계: 국내 감염자 100만명 돌파, 의료계 수용능력 한계, 서민경제 충격
14단계: 신종플루와 계절성 독감이 동시발병. 내성 지닌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 확산.
국내 사망자 천명 돌파, 사회시스템 마비.
15단계: 전세계 추정 감염자 20억 돌파.
세계경제 더블딥으로 충격과 경악 단계.
16단계: 세계 인구 30% 감염. 추가확산 우려 떨어져.
17단계: 신종플루 자연 소멸단계, 세계경제 회복 초기단계.
<출처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