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숙제는 안 하면서 나중에 공부 잘해서 엄마에게 용돈 받으면 무엇을 할지부터 고민한다. 당장 일기는 안 쓰면서 나중에 자서전을 낼 때 사진을 실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엄마를 닮은 게 틀림없다. 숙제를 하기 위해 TV부터 꺼야 하는데 알림장을 보고 한숨만 쉬고 있는 딸처럼, 엄마는 글쓰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새벽잠을 깨우는 대신 책상을 새로 사야 한다고 불평만 하고 있다. 콩은 안 심고 콩을 수확해 그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농부처럼 실행하지 않고 계획만 세운다. 계획을 세우다 여건이 안 맞는다고 지레 포기한다. 몸이 움직여야 하는데 머리만 움직인다.
일을 할 때에도 생각이 실천을 먹어버린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계속 논의가 되는데 할 사람은 막상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방법은 토론이 되는데 정작 달 사람은 없는 경우다. 실행에 옮길 수 없다면 허장성세는 필요없다 허장성세는 스스로를 무력화하고 억제력을 빼앗아버린다. 꿈을 크게 갖는 것 못지않게 밟아야 할 단계를 짚어야 한다. 거창한 환상에 빠져 뜬구름만 잡으면 이 순간 실천할 작은 변화들을 보지 못한다. 자서전을 내려면 목차를 잡아야 하고 하루에 두 장씩 무엇이든 써내려 가야 한다. 끝이 안 보인다고 한심해하기보다 지금은 오늘 분량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해야 할 분량을 해내는 것이 우리를 다음 단계로 이끌고 종국에는 끝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자질구레한 일상을 챙겨내야 하는 고역을 치르기보다 전설처럼 전해들은 기적이 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적일 뿐이다. ‘지금부터 무얼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에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행동하지 않고 걱정에 붙잡혀 미적거리면 아무 결과도 없다. 실수도 없고 깨달음도 없으므로 성공도 소원하다. 빠른 놈이 큰 놈을 먹는 세상이다. 뛰며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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