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기기(ATM)업계가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선보인 전략제품군이 부진을 겪으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미 올해 특수가 예상됐던 고액권용 ATM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친 가운데 업계가 차기 전략제품으로 공들인 ‘텔러ATM’마저 출시 이후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텔러ATM은 은행 창구의 현금·수표 입출금 과정을 자동화해 업무 속도와 정확성을 개선하는 창구직원(텔러)용 자동화기기다. 국내에는 지난 2007년 말 첫 선을 보인 이후 포화된 내수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텔러ATM은 은행권 통틀어 지난해 하반기 기업은행이 2개 점포에 시범사업용으로 도입한 이후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신개념 카페형 점포 ‘IBK월드’를 서울 은평·문정동 등 두 곳에 개설하면서 텔러ATM을 도입했으나 올들어서는 6월 부산에 1개 점포를 신규 개설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 부산에는 기존 서울 점포에 도입됐던 텔러ATM이 재배치됐기 때문에 기기 추가 도입은 없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신규 IBK월드 점포 개설시 텔러ATM을 도입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신규 개설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역시 지난해 한때 시범사업을 검토했지만 경제 위기 이후 검토 자체를 중단했다. 업계는 금융 위기로 인한 은행권의 비상경영으로 기존 점포마저 줄어드는 상황인데다 아직까지 텔러ATM의 효율성에 공감대가 부족한 것을 수요 부진 배경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다만 최근 금융권 상황이 호전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텔러ATM이 은행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9월 이후 몇몇 은행이 시범사업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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