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Case Study-기업은행, 영업점 전 업무 시스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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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 이후 은행들은 기존의 여수신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상담을 통한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여수신 상품 판매를 통한 예대마진으로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여전히 단순 업무 처리에 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어 고객에게 상담할 시간이 없었다. 은행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점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기 시작했다. 영업점에서 처리되는 업무 중 단순 처리업무는 후선으로 집중화해서 자동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은행권의 영업점 업무를 대상으로 한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는 지난 2004년부터 본격화됐다. 기업은행의 BPR 프로젝트도 바로 이때 시작됐다.

 지난 2004년 기업은행는 영업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고민에 나섰다. 이 일환으로 기업은행은 전략기획팀, BPR추진팀, 미래사업팀 등 3개팀으로 구성된 경영혁신기획단을 구성해 BPR 도입을 위한 상세설계를 추진했다. 당시 컨설팅은 국내 전략 컨설팅업체인 앤플랫폼이 맡았다.

 기업은행은 컨설팅을 통해 총 2단계에 걸친 BPR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 우선 1단계로 수신, 가계여신, 신용카드 업무 등을 대상으로 BPR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기업여신과 외환업무는 2단계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 기업은행은 BPR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그러나 1단계 프로젝트부터 쉽지 않았다. 기존의 영업점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서 이를 자동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프로젝트 범위를 줄이기로 했다. 당초 수신, 가계여신, 신용카드 업무 등 총 60여개 업무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진행하려 했던 1단계 BPR를 수신업무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장영환 BPR추진팀 부장은 “초기부터 너무 많은 업무를 대상으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려다 보니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됐다”면서 “1단계 범위를 줄이고 2단계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수신업무에 적용된 1단계 BPR 프로젝트는 단계별 영업점 적용을 거쳐 2005년 말 완료됐다. 수신업무 후선업무집중화센터는 평촌에 구축했다.

 2007년부터 가계여신, 기업여신, 외환, 신용카드 업무를 대상으로 BPR 확대 적용을 검토했다. 삼일PwC를 통해 추가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전략 컨설팅은 가계여신, 기업여신, 외환업무가 동시 진행됐다. 그러나 IT컨설팅과 시스템 개발은 가계여신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2008년 6월부터 가계여신 업무 대상으로 IT컨설팅을 비롯해 IT개발, 센터구축, 센터 인력 배치 및 교육 등이 진행됐다. 같은 해 10월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단계적으로 영업점에 확대 적용됐다.

 안태환 IT본부 차장은 “영업점에서 처리하고 있는 업무를 간소화·자동화 하기 위해 스캔 이미지 처리 및 전자결재 등을 도입해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했다”면서 “상담 및 대출심사 업무 지원을 위한 여신상담지원시스템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가계여신이 완료된 이후 기업여신이 적용됐다. 2008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기업여신 BPR 프로젝트는 소호·소기업여신과 일반기업여신 두개의 업무로 나눠 진행됐다. 우선 추진된 소호·소기업여신 업무는 일반기업여신에 비해 집중화에 따른 위험이 적고 심사 및 실행절차가 단순했다. 자동화와 간소화를 통해 상담·심사업무를 시스템화하고 고객 비대면 업무를 후선에 집중화 시켰다.

 반면 일반기업여신 업무는 심사 및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다. 이 점을 고려해 서류보관 및 단순반복업무 등에 대한 후선집중화 위주로 추진했다. 또 여신상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고객별, 계좌별 수익성 관리도 강화했다. 가계 및 기업여신 후선집중화센터는 부평에 설치했다. 외환업무 BPR은 영업점의 신속한 업무처리 및 현장 수정 등 탄력적인 업무처리가 요구되는 만큼 획일적인 센터 집중보다는 업무 단위별로 선택적 집중화를 추진했다. 지역별, 영업점 규모별로 단계적인 외환업무 집중화를 추진했다.

 기업은행의 BPR 프로젝트는 영업점 전 업무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소요기간만도 4년에 300여명의 인력과 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남대순 BPR추진팀 팀장은 “BPR 적용 이후 이를 분석한 결과 창구직원의 상담역량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단순업무가 후선으로 집중화됨에 따라 영업점 업무량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여신건정성 제고, 전자문서 생성을 통한 경비절감,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인 의사결정 지원 등도 BPR 도입의 효과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장영환 BPR추진팀 부장

- 프로젝트 중 어려웠던 점은.

▲BPR를 통해 많은 프로세스가 변경되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부서간의 조율이 쉽지 않았다. 또 외부업체 인력에 대한 관리도 힘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 했다. 프로젝트 참여 인력은 물론, 관련 부서 인력들도 BPR를 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프로세스 변경에 따른 수많은 관련 시스템 변경 및 연동 작업도 어려웠다.

 - 변화관리는 어떻게 추진했는지.

▲여러 방안을 통해 영업점 직원들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사이버 연수는 물론,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직접 영업점에 방문하기도 했다. 각종 문서나 소식지 등을 만들어 영업점에 수시로 전파하기도 했다. 수신업무의 경우 적용 후 6개월동안 변화관리를 실시했고, 가계여신과 기업여신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변화관리를 진행 중이다.

- 프로젝트 특징은.

▲현업과 IT가 함께 전산개발 전부터 오랜기간 분석단계를 거쳤다. 그러다 보니 전산개발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BPR프로젝트는 현업이 주도하는 전사 프로젝트다. 그렇지만 IT가 배제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업은행 BPR 프로젝트의 성공요인은 현업과 IT가 효율적인 협업이 이뤄졌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