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 10여 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1995년 이래 2006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5%를 넘는다.
특허출원의 글로벌화 경향도 뚜렷하다. 전 세계적으로 2002년 이후 매년 절반에 가까운 42% 이상의 출원인이 자국이 아닌 해외시장을 겨냥해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08년까지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 특허출원한 외국인이 매년 전체 출원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반덤핑, 상계관세 등으로 대표되던 국가 간 무역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추적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지재권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된 분쟁 건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제소된 분쟁 건(13건) 가운데 60%가 넘는 8건이 모두 지재권 관련 분야다. 바꿔 말하면 각국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특허로 기술을 보호받으려는 노력이 세계 특허출원의 증가와 출원의 글로벌화라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특허출원의 증가는 각국의 심각한 특허심사 적체 현상을 가져오고, 특허의 품질 저하를 초래하는 등 적잖은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지식재산권 선진 5개국(IP5) 특허청장 회의가 열렸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국제적인 특허출원 홍수에 따른 심사 적체 등 현안을 개별 국가가 효율적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속지주의로 대표되는 특허 제도의 특성상 어느 나라도 선뜻 공동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 특허출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IP 5개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 회의에서는 특허 제도의 효율성과 특허 품질 제고를 위한 IP5 협력의 비전 및 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비전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액션 플랜으로 10대 기반 프로젝트를 도출,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IP 5개국이 공동 추진하는 특허출원 서식 통일화는 내년 1월이면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온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우리 특허출원인이 사용하는 출원 양식이 미국과 일본, 유럽에 그대로 통용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호 특허 심사 결과를 활용해 심사를 빨리 끝내는 심사 공조 프로젝트인 ‘특허심사 하이웨이’가 국제적으로 더욱 확대된다. 이를 이용하면 미국에서 통상 25개월 걸리던 특허 취득 기간이 우리나라에서는 4개월로 단축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오는 9월부터 한 단계 더 발전한 전략적 신속심사(SHARE)가 미국과 한국 간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양국에 동시에 특허출원된 특정 분야의 기술은 12개월 안에 신속하게 심사가 진행된다.
김창룡 특허청 대외협력고객지원국장은 “우리나라는 양적인 측면에서 특허출원 건수만 17만건이 넘는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지재권 제도 및 시스템 형성에 기여해 진정한 지재권 선진 그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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