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새로운 역사를 쓴다] (3)화질 그리고 이미지 센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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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중반 휴대폰 업계의 최대 현안은 카메라 화소였다. 100만(1M) 화소로 시작한 카메라폰 화질 경쟁은 300만(3M)에 이어 500만(5M) 화소, 급기야 시제품이지만 1000만(10M) 화소 휴대폰까지 선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휴대폰 화소 수가 높아지면서 결국 카메라폰이 디지털 카메라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당시에는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물론 논쟁의 결론은 모두의 승리로 기분 좋게 끝났다.

 # 디지털 카메라, 화소 싸움 점입가경= 먼저, 카메라폰을 보자. 2∼3년 동안 주목을 끌었던 휴대폰에서 카메라 화소 싸움은 점차 디자인·기능에 밀리면서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카메라 기능은 휴대폰에서 필수일 정도로 대중화했다.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은 2003년 16%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에 근접해 있다. 화소 경쟁은 무의미해졌지만 카메라 기능은 휴대폰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디지털 카메라 위상도 욱일승천했다. 2000년대 초반 10만대에 불과했지만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면서 ‘똑딱이(콤팩트)’와 ‘전문가(DSLR)’ 카메라를 합쳐 지금은 200만대를 넘어섰다. 인지도도 껑충 뛰었다. 컴퓨터·휴대폰과 함께 3대 필수품으로 부상했다. 시장 규모와 인지도에서 카메라폰과 같은 길을 걸은 셈이다.

 그러나 화소 경쟁을 끝낸 휴대폰과 달리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여전히 화질을 높이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태생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카메라는 제 아무리 진화를 거듭해도 화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카메라폰에서 카메라는 부가 기능이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핵심 기능이다. 디자인·기능 등 IT 제품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 화질은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다.

 카메라 화질은 결국 화소로 이어지고 화소는 이미지 센서와 맞닿아 있다. 최근 동영상·광학 줌·저장용량·터치 스크린 등 디지털 카메라에도 다양한 기능이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카메라를 고르는 첫째 기준은 실사 같은 영상을 담아낼 수 있느냐고 이를 결정하는 건 이미지 센서다.

 # 화질, 화소 그리고 이미지 센서=디지털 카메라의 발자취는 따지고 보면 이미지 센서 역사나 마찬가지다.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촬영한 영상 정보)을 전기적 신호(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주는 장치다. 쉽게 이야기해 필름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맡는 게 바로 이미지 센서다. 일반적으로 화질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 크기에 비례해 좌우된다. 센서 크기가 클수록 화질이 좋아진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밀어낸 데도 결국 화소, 즉 이미지센서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화소 수는 불과 10만 픽셀이었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로 사물을 찍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한 수준이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200만 화소 제품이 나오면서 디지털 카메라 보급이 급물살을 탔다. 코닥 ‘DC 290’이 나오면서 300만 화소 시대가 열렸고 올림푸스 ‘D시리즈’가 디지털 카메라를 카메라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화소 수 경쟁은 이후 이미지 프로세서 기술 경쟁과 맞물려 절정을 이뤘다. 덕분에 디지털 카메라는 과거 10년 동안 기술적으로 압축 진화에 성공했다. 2001년 200만 화소에서 불과 3년 만인 2004년 700만 화소로 매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어 다시 3년 뒤인 2007년 1000만 화소를 훌쩍 넘겼으며 지금은 1200만 화소까지 올라오면서 소강국면에 빠진 상황이다. 올림푸스한국 측은 “초기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와 맞먹는 화질을 보여주는 게 최대 과제였으며 이에 따라 화소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산업계에서 벌어진 화소 경쟁이 디지털 카메라를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 CCD냐, CMOS냐=화소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센서의 진화다. 이미지 센서는 크게 ‘CCD(Charge Coupled Device)’와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로 나뉜다. 흔히 CCD 방식이 CMOS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센서 초창기 만해도 CMOS는 화면이 깨지는 것과 같은 ‘노이즈(Noise)’ 현상이 심해 주로 보급형 제품에 쓰였다. 그러나 이는 과장됐을 뿐더러 지나치게 한쪽 면만 부각한 얘기다. 오히려 CMOS는 가격·전력소모·크기 면에서는 CCD에 비해 우위에 있다. 결국 각기 특징이 뚜렷해 센서 방식만을 놓고 화질 우위를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단지 업체 전략에 따라 CCD와 CMOS 방향이 갈릴 따름이다. 콤팩트 카메라에서는 CCD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화질 못지않게 소형화가 쉽기 때문이다. DSLR 카메라에서는 대체로 CMOS가 대세다. 그러나 이는 센서 크기·경제성과 맞닿아 있다. DSLR 카메라 시장 1위 캐논은 CMOS를 고집하지만 2위 니콘이 프리미엄급 ‘FX’ 플랫폼은 CMOS를, DX급에서는 CCD를 혼용해 사용할 정도로 명확하게 장단점을 비교하기 힘들다. 캐논코리아 측은 “센서 기술력과 이미지 처리 능력을 배합해 최고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업체가 앞으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평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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