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30)정책비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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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주 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이 말하는 상생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은 “기업의 이익 외에 서로의 핵심 기술과 주변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기술을 함께 창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상생”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녹색산업을 비롯해 신성장동력산업은 대부분 고도의 기술력과 창의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연구개발(R&D) 부문의 상생협력이 더욱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이 ‘상생하는 R&D 분위기’ 조성을 위해 꼽은 원칙은 크게 세 가지. 우선 세계 시장을 겨냥한 1등 기업 간의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막대한 개발비와 기술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첨단기술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업체 간 과도한 경쟁심리 때문에 그동안 협력을 꺼려온 게 사실입니다. 갑과 을 관계에 익숙해진 협력업체들이 상생 의지를 갖게 하려면 대기업이 먼저 서로 시장을 먼저 터줘야 합니다. 그래야 중소 협력업체도 더욱 넓은 시장을 갖고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서 원장은 이와 관련, 최근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를 펼쳐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1등 기업이 손을 맞잡고 R&D에 나선 것에 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두 번째는 역시 ‘파트너십’이다.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보면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지혜가 늘 존재한다는 게 서 원장의 얘기다.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40%를 차지하는 노키아는 300여개에 이르는 핵심 협력업체와 수평 관계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습니다. 사무자동화기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캐논의 뒤에도 협력사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대학과 연구소·중소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결국 대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수출과 고용창출을 거쳐 국가가 발전하는 선순환 생태를 만든다는 점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셋째, 상생하는 R&D 풍토가 자리 잡고 이것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미래 이익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자동차는 1990년대 장기 불황기에 부품업체와 함께 차세대 제품 개발에 앞장섰고, 이로써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협력업체는 최고의 품질을 가진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오늘날의 도요타를 일궈냈습니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EIT는 이 같은 상생 방안이 정부 R&D 정책에 따라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R&D 과정에 접목하고 있다. 특히 R&D 주체 간 상생을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쌍방이 멘토-멘티가 되는 ‘지식경제 R&D의 상생 문화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욕이다. 서 원장은 “서로 덕을 보고 미래의 이익을 배가시켜 나가는 상생의 마인드가 R&D에 접목되면 개별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뚫기 어려운 신시장 확보와 기술적 진화를 더욱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생 R&D’를 강조했다.

 정부는 R&D 지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월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을 공포, R&D 관리 기관의 통합 작업을 속도 있게 추진했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평가원, 부품소재산업진흥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디자인진흥원, 청정생산지원센터의 R&D 평가 관련 업무가 하나로 통합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재설계됐다.

 새롭게 출범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원장 서영주 www.keit.re.kr)은 정보통신을 비롯해 산업기술 전반에 걸쳐 과제기획·평가·관리 업무를 총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1조9599억원을 기업·대학·연구소에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 핵심 동력인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을 비롯해 휴대폰 등 정보통신산업의 비약적 발전에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상생 협력할 수 있도록 국가 R&D 과제 기획을 거쳐 정책 자금을 시의적절하게 지원한 R&D기관의 역할도 컸다.

 KEIT가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협력 R&D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대표적 사업은 ‘산업원천기술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향후 10년 이내에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고 산업 기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핵심기술 및 원천기술, 엔지니어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은 기술개발 수준에 따라 기초·응용·개발로 구분된다. 기초기술은 대학·연구소에서 수행한 후 기업과 상호 협력해 응용 및 기술을 개발하고, 기초기술을 획득한 때에는 기업·대학·연구소가 처음부터 상생·협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융합 인공치아 치료 지원시스템 개발’은 오스템임플란트를 총괄 주관기관으로 해 CT 기술, 치과수술 소프트웨어(SW) 기술, 치과 보철물 제작 기술, 웹 기반 디지털 치과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4개 기업 및 5개 대학의 석·박사급 인력 93명이 5년간 참여한다. 이들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이를 독려함으로써 인력과 경비를 줄이고, 개발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KEIT는 이 같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에 올해 530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KEIT는 산업융합기술 R&D에도 ‘상생’의 노력을 쏟고 있다. 산업융합기술이란 IT·BT·NT 등 신기술과 기존 주력산업과 융합으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미래의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창출하는 핵심요소다. 융합기술은 기존에 있는 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KEIT는 선박용 토털 솔루션 항해장비 통합제어시스템을 개발해 선박 관련 기자재와 선박항해정보를 첨단화하고, 건설 자재관리와 건축공정에 RFID, USN 등 무선기술 융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별 1등 기업과 연구소 간 공동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종 기업 간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상생 R&D’로 좀 더 가까운 시기에 결실을 얻기 위한 사업이 바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다.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R&D와 설비 투자를 유도,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올해 추경예산으로 추진하는 정부 지원 R&D 과제다. 일반 R&D 과제가 3∼7년, 20억원 안팎을 지원하는 반면에 이 프로젝트는 1∼2년, 30억∼3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경부는 이들 과제 개발에 모두 1550억원을 지원하고, 과제 참여기업은 기술개발 완료 1년 후인 2011년 상반기까지 1조86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스마트 프로젝트에서는 전자산업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자동차 선두인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며, 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자동차 전조등용 LED조명을 공동 개발해 현대자동차에 적용키로 하고 공동 R&D를 한다. 스마트 프로젝트는 경쟁 일변도인 시장에 ‘융합과 상생’이라는 모델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이고 국내 고용 창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국가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IT융합 성공사례

 정부 지원 아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현대중공업이 공동 추진하는 ‘똑똑한 선박 작업장(digital shipyard)’과 ‘똑똑한 배(smart ship) 건조’ 과제는 ‘조선+IT 융합 기술개발 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2008년 3월부터 3년간 총 135억원이 지원되는 이 과제는 세계 처음으로 생산 현장에 와이브로(무선광대역통신망)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중공업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박 건조를 위해 조선소에 IT를 접목하려 했다. 그러나 선박이 워낙 넓고 전파를 방해하는 철 구조물이 많아 IT환경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ETRI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브로 무선망에 착안, 협력 연구를 추진했다. 와이브로 통신망을 활용하면 조선소 어디에서나 음영지역 없이 대용량 무선통신이 가능하고, 각종 자재와 구조물의 실시간 모니터링, 최적화된 유무선 통신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KT와 ‘와이브로 통신망 구축’ 협정을 맺고 올해 8월까지 울산 본사에 기업 전용 와이브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울산 본사 용지는 590만㎡로 와이브로 통신망 구축 범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번 현대중공업·KT·ETRI의 융합 IT ‘상생협력’으로 조선 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고, IT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출연연 협력 성공사례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제4회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현대로템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였다. 최고 속도 110㎞/h인 이 열차는 전자석으로 공중에 떠서 이동하며, 회전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바퀴가 필요 없다. 또 레일과 마찰이 없어 진동과 소음(65㏈)이 거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이다.

 97% 이상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자기부상열차 선진국인 일본의 90%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기술에도 ‘상생하는 R&D’ 결실이 녹아 있다. 정부는 중기 거점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03년부터 5년 6개월간 총 90억원의 R&D 지원금으로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대기업인 현대로템과 중소기업인 한터기술, 테크노시그널 등이 협력해 기술 개발을 수행하는 한편 한국기계연구원 등에서 성능평가를 수행했다. 정부의 지원 아래 대기업-중소기업-출연연구소의 협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확보하는 동력이 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국토해양부 후속사업으로 연계돼 인천공항 내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로써 국내 자기부상열차의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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