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가총액이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노키아를 추월하고 소니와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 노키아 7분의 1에 불과했던 LG전자도 3분의 1 수준으로 좁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양대 IT 대기업이 위기 속에 놀라운 실적 선방과 차세대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한 데 대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결과로 풀이했다.
9일 전자신문이 대우증권에 의뢰해 삼성·LG전자·노키아·소니·닌텐도 5대 IT대기업 시가총액(이하 시총) 최근 1년 추이를 파악한 결과 지난해 7월 말 1038억달러에 달했던 노키아 시총은 이달 6일 현재 495억822만달러로 반 토막이 난 반면에 삼성전자 6일 시총은 지난해 7월 말(821억달러)을 상회하는 861억5000만달러를 나타냈다.
LG전자 시총도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153억2000만달러로 작년(149억3800만달러)보다 증가했다. 반면에 일본 IT대장주인 소니와 닌텐도 추락은 끝없이 이어졌다. 소니는 지난해 9월 초 703억4000만달러로 같은 날 삼성전자(667억8000만달러)를 앞섰으나 이후 끊임없는 추락세를 나타내며 지난 6일에는 377억9600만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게임기 ‘위(Wii)’로 불황을 모를 것 같던 닌텐도는 6일 현재 284억3000만달러로 작년 7월(383억3000만달러)과 8월(391억6000만달러) 수준에 미치질 못한다.
세계 각국의 증시가 글로벌화된 점을 감안하면 세계 투자가들도 삼성·LG전자를 소니, 닌텐도, 노키아 등보다 실적과 미래 잠재력 측면에서 더 높이 평가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IT대기업 시총에 대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와 함께 꾸준한 경쟁력 확보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환율 효과에 따른 일시적 결과라는 일부 시각도 있으나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잘 활용한 것으로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IT대기업의 시총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박팔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총은 기업의 실적에 미래 잠재가치를 반영한다”며 “소니·닌텐도는 기울어가고 있는데다가 후속제품이 안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Tech팀장은 “휴대폰만 보면 노키아는 감소나 정체인 반면에 삼성전자는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LCD·반도체 부문에서도 턴어라운드를 했다”며 “점유율 등을 봤을 때 우리 IT기업들이 금융위기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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