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전사업 부문이 ‘10초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의 대당 생산 시간을 10초로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생산 혁신을 진행 중이다.
삼성 가전제품 생산 메카인 삼성광주전자는 혼류와 셀 생산 방식을 포함한 주요 제품의 대당 생산 시간을 한 자리 초 단위인 ‘싱글’로 줄이기 위해 생산공정 각 부문을 뜯어 고치고 있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는 광주전자는 생산 현장 혁신을 통해 글로벌 톱 브랜드로 삼성 가전 사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달부터 생활사업부장인 최진균 부사장이 삼성광주전자 대표를 겸임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가전 생산 단지를 목표로 생산 혁신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부장이 생산까지 직접 총괄하기는 최 부사장이 처음이며 그만큼 제조 부문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지로 안팎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혼류 방식이 주력인 삼성광주전자 생산라인은 이미 공정이 가장 복잡한 냉장고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싱글 생산 체제로 돌입했다. 혼류 방식은 여러 개의 모델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전 제조 라인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한다. 지난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세탁기는 ‘10.5초’까지 대당 제품 생산 시간을 줄였다. 세탁기 제조그룹 전요성 차장은 “2004년 수원에서 라인을 옮겨 첫 가동할 당시만 해도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나오는 시간이 28초였다”며 “5년 만에 이를 3분의 1로 줄였다”고 말했다.
세탁기 라인 공정을 줄이기 위해 광주전자는 자체 기술을 통해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하는 등 무인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탁기 생산라인은 130개 공정으로 이뤄져 있으며 3개 라인에서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루 평균 3000대 정도 생산해 내수와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에어컨도 대당 생산 시간을 ‘11초’까지 줄여 ‘10초 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벽걸이형 제품은 9.5초로 싱글 생산 체제 구축을 끝냈다. 광주전자는 2004년부터 에어컨을 생산해 왔으며 당시만 해도 제품 생산 시간이 20초를 훌쩍 넘었다. 광주전자는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에 비해 생산 공정이 비교적 짧은 에어컨을 중심으로 셀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셀은 작업자 1∼2명이 완제품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조립하는 생산 방식으로 광주전자는 7개 혼류 라인과 별도로 실내기를 중심으로 5개 셀 라인을 운영 중이다. 광주전자 측은 “단위 생산 시간이 줄면서 1일 9000대 생산에서 조만간 1만대를 넘어 설 것”이라고 말했다.
냉장고도 생산 시간을 ‘15초’까지 단축했다. 냉장고는 작업 공정이 160개로 에어컨에 비해 공정 수가 세 배 가까이 많다. 청소기 다음으로 라인 가동을 시작해 그만큼 탄탄한 생산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 95년 첫 가동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을 높였다.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300여 모델을 세 개 라인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독자적인 혼류 생산 방식을 구축했다. 이 밖에 청소기는 대당 생산 시간이 7∼8초 대로 이미 싱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등 광주전자 대부분의 생산라인이 10초 생산을 목표로 지속적인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9년 설립된 광주전자는 90년 자동판매기 생산을 시작으로 92년 청소기, 95년 냉장고 공장을 가동했으며 99년 삼성광주전자로 이름을 바꾼 후 2004년부터 수원에 있던 세탁기·에어컨 라인을 흡수해 글로벌 가전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광주=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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