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체결] EU 전자시장 `메이드인 재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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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EU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을 시작한지 2년 2개월만에 종결됐다. 지난 2007년 5월 7일 서울에서 열린 한·EU FTA 제1차 협상에서 협상대표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유럽 전자제품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지배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높은 관세로 대부분의 생산 시설을 유럽 현지에 둔 국내 전자 업계는 당장 실익이 되는 직접 수혜는 없지만 FTA에 따른 ‘코리아’ 브랜드 상승과 함께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간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 27개 회원국과 교역 규모면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과 확실한 비교 우위를 지키고, 나아가 중국을 앞지르면서 유럽과 전자 교역면에서 질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실제로 일본과는 프리미엄 가전 등 디지털 제품이, 중국과는 범용 기계와 가전 등이 EU 시장에서 직접 경쟁 관계에 있어 이들 품목의 경쟁력 제고로 EU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관세가 없는 가전과 IT 제품도 FTA 체결국 브랜드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와 간접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무역연구원의 분석이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는 이미 지난 2월에 발표한 정기발간물에서 한·EU FTA가 체결되면 일본 수출과 현지 기업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을 특집 기사로 다룬 바 있다.

 국내 전자업계에서도 당장 직접 수출 효과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낙관했다.

 EU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아질 품목으로는 관세가 없어진 반도체·전자부품, 디스플레이, 냉장고 등을 꼽았다. FTA 타결로 EU가 역외에서 수입하는 TV와 TV용 브라운관 14%, 냉장고·에어컨에 2% 관세를 철폐하고 TV 기능이 있는 LCD모니터, 동영상 송수신이 가능한 3세대 휴대폰 등에 매겨왔던 10% 가량의 관세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전자는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상승을 낙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은 원래 관세가 없고, TV와 백색가전 등은 폴란드 공장에서 공급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 사이에 서로 수요도 많아지고 상거래가 활발히 진행되면 간접적인 수혜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한·EU간 교역량 확대 등 긍정적 효과를 예상하나 그 영향은 크지 않다”며 “그러나 중국·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확실한 브랜드 우위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