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25)삼성전자와 협력사 대진디엠피의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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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를 이어, 40년 굵은 강소(强小)기업을 키우다.’

 각종 프린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손톱 크기만 한 고무 부품을 만들어내는 대진디엠피(www.daejindmp.co.kr).

 이 회사는 내년 3월이면 창업 40주년을 맞는다. 중소기업은 10년을 버티기도 힘들다는 우리나라에서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차근차근 성장해온, 더구나 선대 부친이 창업한 회사를 2세가 이어받아 흔들림 없이 성장시킨 기업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대진디엠피가 지난해 매출 623억원, 올해 750억원의 전망치를 낼 수 있는 데는 창업 이래 줄곧 견지해 온 발 빠른 변화·혁신과 강력한 상생협력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 연혁을 뜯어보면 흡사 우리나라 전자산업 역사를 보는 듯하다.

 1970년대 오디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LP판과 카세트 테이프의 플라스틱 부품을 주로 생산했으며, 1980년대 영상시대가 도래하면서 비디오 재생기 부품시장으로 옮겨 타 회사를 키웠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여전히 아날로그식 부품이 꼭 필요한 프린터시장으로 발을 옮겨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고정밀 전자기기용 고무와 플라스틱 성형, 제조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실력을 갖췄던만큼 변화의 기회를 그때그때 잡을 수 있었다.

 대진디엠피에 그야말로 고속성장 전환의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2006년 프린터용 데브롤러 생산 자동화 계획이다. 일본, 대만 등 경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도전’이었다.

 당시 자동화설비 구축 시 수작업에 매달려오던 업계 내 모든 사람이 ‘정신 나간 일’이라고 치부했고,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박창식 디진디엠피 사장은 입사(1988년) 이래 가장 어려운 결정을 주저 없이 밀어붙였다. 어떤 위험과 반발이 있더라도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선친의 가르침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야심 찬 행보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준 것이 바로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였다.

 당초 대진디엠피는 삼성전자 프린터 신규 라입업에 수요되는 고정밀·고사양 부품을 중국 공장 수작업 라인에서 충당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임금만 믿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위험했을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인건비 상승과 극심한 인력 이동 등 불안요인이 커져만 갔다. 그렇다고 고정밀·고사양 제품의 신뢰도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순한 저임금뿐 아니라 제조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하에 결정된 것이 바로 ‘롤러 자동화라인’ 이었다. 1년 가까운 지난한 난관을 뚫고 대진디엠피는 2007년 6월부터 자동화라인을 돌리기 시작했다.

 생산 자동화 이후 프린터용 롤러 생산은 월 150만개로 같은 인력이 월 15만개를 만들어내던 수작업 시절보다 생산성이 무려 10배나 향상됐다. 불량률도 6%에서 3% 선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지난해 세계적인 불경기와 환율 폭등 때 오히려 성장 기회를 잡아 매출액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인터뷰-박창식 대진디엠피 사장이 말하는 상생

 “2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생산에 80%를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력·핵심·원천분야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40%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생산과 품질에 자신감이 붙으니, 원가경쟁력은 자연스럽게 해결됐습니다.”

 지난 2006년 8월 프린터용 데브롤러 생산 자동화에 처음 도전할 때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박창식 대진디엠피 사장(49)은 이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뤄낼 자신감으로 넘친다. 손으로 하면 불량 하나 없던 공정이 기계에만 넣으면 불량으로 나오던 악몽 같은 실패가 수없이 반복됐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와 협력하면서 소리 없이 배운 제조·품질·프로세스 등의 노하우가 없었다면 넘기 힘든 고비였다”며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진단하고 도와줬던 것이 현실적인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사장이 중요하게 꼽는 것은 회사와 기술 경쟁력의 수준이 협력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는 “제품 경쟁력은 눈에 보이지만 자생력·관리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도 함께 높아졌다”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과 함께 뛰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 제품과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고 했다.

 박 사장은 삼성과 유독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988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선친의 건강이 나빠져서 준비 없이 회사로 들어왔는데 그때도 삼성에 납품을 하고 있었다”며 “그보다 더 이전인 중학교 재학시절 때도 아버지를 따라 삼성에 가본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40년 가까운 인연은 신뢰로 영글었다.

 그는 묵묵히 같은 길을 걸어온 파트너 삼성전자에 이 같은 화두를 전했다. ‘삼성이 진정한 세계 톱이 되려 한다면, 협력 업체도 세계 톱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상생활동

 삼성전자는 대진디엠피 등 여러 협력사와 6년째 기업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류화 활동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대진디엠피는 현재 자연스러운 체질 강화와 제조 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과 협력사의 일류화 활동은 제조, 품질, 프로세스의 3개 분과로 나눠 매월 정기 교류회를 갖고, 각 분야 우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생산·경영 현장에 관련 지식 및 노하우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제조 분과에서 가동 중인 ‘프로 3M’과 ‘1사(社) 2기(技)’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프로 3M은 ‘나의 일(My Job), 나의 기계(My Mechine), 나의 영역(My Area)에서 프로가 되자’의 머리글자를 딴 프로그램이다. 또 1사 2기 활동은 상·하반기에 1개의 고유한 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자체 연구과제를 발표해 협력사 간 자체 심사를 거쳐 우수업체 시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제조 분과 활동은 생산 현장의 각종 불합리점 개선이나 설비 관리 효율화 등에 초점을 맞춘다.

 품질 분과 활동에선 협력사별 품질 실적을 토대로 ‘1사 1고질 불량’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집중 전개된다. 품질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툴로서의 역할과 방법을 협력사 실정에 맞게 제시해 주고 있다.

 프로세스 분과에선 수주에서 출하에 이르는 물류 전반적 과정의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중점을 둔다.

 대진디엠피는 지난 2월부터 5주간 삼성전자로부터 모나미(MonAmi) 활동을 지원받았다. 이 모나미 활동 기간 중 대진디엠피는 가동 중인 롤러 자동화 라인의 효율 제고와 공정 혁신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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