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녀오겠습니다”보다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는 인사말이 더 적합했다. 회사가 주 거주지고 집은 잠깐 들러 씻고 옷 갈아입고 오는 곳이었다. 야근은 필수, 철야는 선택이었다.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누가 더 많이 일하는지로 바람직한 근로자상이 좌우됐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많이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입과 창의성이 없는 물리적 노동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몰입은 마음과 관련이 있다. 집에서 가족과 싸웠거나,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몰입이 어렵다. 가화만사성은 노동 생산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체로 갑자기 실수가 많아지고 지각이 잦아졌다면 가정사 문제인 때가 대부분이다. 집안이 행복해야 기분도 좋고 창의성도 산다.
기업도 이에 동의해 가족친화적인 회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라며 ‘칼퇴근’을 종용하고 부부동반 산악대회를 개최하거나, 가족 기념일에 꽃바구니를 전달한다.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해 회사 내 방송실, 사무실, 구내식당을 가족에게 오픈하는 일도 있고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엄마 아빠 회사 알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어려운 회사 상황을 직원 가족에게 편지나 문자, 설명회 등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배우자 간담회를 거쳐 복리후생제도를 바꾸기도 한다.
구성원 간의 가족친화적 인식도 중요하다. 회사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직원의 또 하나의 이름인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나도 예전에 딸아이 입학날짜를 기억하고 있다가 선물을 챙겨준 상사의 섬세함에 감동해서 이직을 미룬 적이 있다. 가정생활에 대해 멘토링해주던 선배와는 일에서도 전폭적인 신뢰를 갖게 된다. 삶의 반쪽인 가정까지 헤아리는 상사의 마음은 신경전을 펼치는 마라톤 회의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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