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GM과 대우일렉 그리고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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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 자동차가 경영 위기에 처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에 엔진과 모터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2000년 말 도요타는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상용차인 ‘프리우스’를 출시하며 자동차 왕국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이런 도요타가 이제는 파산 일보 직전인 GM의 재건을 돕는다는 명목 아래 첨단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전수해 자사의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려 한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자동차 종주국이다. 헨리 포드가 1890년 에디슨 조명회사 기사로 근무하던 중 내연기관을 완성해 1892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후 1903년 세계 최초의 양산 대중차 포드 모델 ‘T’가 만들어졌다.

 코카콜라, 맥도널드와 함께 미국의 자존심이던 GM은 지금 바람 앞의 등불이다.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지난 76년간 부동의 자동차 생산 1위를 지켜온 GM은 이제 뉴 GM(시보레·뷰익·캐딜락·GMC)이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생존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올 세계 자동차 업계는 680만대를 판매하는 도요타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크스바겐그룹과 르노-닛산이 600만대 전후로 2, 3위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뉴 GM은 500만여대로 포드를 인수한 피아트와 힘겨운 4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왕국 미국의 위상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전문가들은 GM의 몰락 원인으로 고비용 생산구조와 고유가 시대 낮은 연비의 대형 승형차 중심의 라인업, 할부 금융 부문의 과도한 투자 등을 꼽는다. 물론 여기에 합리적이지 못했던 노사관계도 한몫했다. 1908년에 설립돼 한때 24개국에 28개 자회사를 거느리며 169개국에서 자동차를 팔던 GM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슬림화된 뉴 GM의 탄생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수천명의 직원이 한때 선망의 직장을 등져야 한다. GM의 몰락도 결국은 릭 왜고너 회장 등 무능한 경영진과 제몫 챙기기에만 골몰한 직원들의 합작품이다.

 최근엔 매물로 나온 대우일렉의 4개 사업부의 새 주인이 가려졌다. 에어컨사업부는 지난달 이미 귀뚜라미에서 인수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에서 TV사업은 대우일렉에서 120여명의 직원이 직접 설립한 ‘대우디스플레이’가 맡기로 했다. 청소기사업부는 중소기업 ‘에이스전자’가 인수자로 선정됐다. 가정용 소형 모터(EM) 사업부는 광주광역시 중견 모터업체 ‘하남전기’가 막바지 협상 중이라 한다.

 대우일렉의 분할을 보며 과거 ‘세계 경영’을 기치로 전 세계의 바이어를 찾아다니던 대우맨들을 생각한다. 당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대우맨들은 직장을 옮기거나 창업으로 인생을 바꿨지만 30대 후반 이상의 중간 간부들은 아직도 제자리를 못 잡고 있는 사례를 여럿 본다. 과도한 욕심을 부린 김우중 회장 등 경영진의 그릇된 판단으로 빚어진 회사의 파산과 그에 따른 실직의 그림자가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 평택은 살아남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양측 모두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 직장 동료였다. 그러나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976명은 생존권이 달려 있으니 저항하고, 다행히 구조조정 칼날을 피해간 2000명은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맞선 상황이다. 누가 한솥밥을 먹던 이들을 갈라놓았나.

 GM 몰락, 대우일렉 분할과 함께 쌍용차 사태를 보며 경영진과 근로자 모두의 합리적 지혜를 기대한다.

 홍승모 생활산업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