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 경기침체에 길을 잃다

  물류업계가 전자태그(RFID) 개발을 완료했지만, 이를 도입·적용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시스템 개발, 전문인력 확보, 운영 경험 등 RFID 적용에 필요한 요건들을 이미 지난해 갖췄음에도 정작 고객사들이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심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는 RFID 사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물류업체들은 지난 2004년부터 정부 지원 하에 RFID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왔다. 지난해 1차 국책사업인 ‘유레카’ 과제가 완료돼 각 업체들은 올해부터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물류분야 주간사업자로 선정된 CJ GLS는 지난해 관련 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지금은 테스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RFID/USN팀을 만들고 전문인력도 8명 확보해 당장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글로비스도 관련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적용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발 단계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던 고객사들이 정작 완료된 시점에서 비용 등을 이유로 RFID 도입을 꺼리고 있다.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들은 시스템의 실효성은 인정하지만, 경기침체인 상황에서 당장 큰 돈을 쏟아붓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RFID를 도입할 경우 프로세스 효율화, 재고관리, 보안, 고객 서비스 향상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아직 이를 투자의 개념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

RFID 부착비용을 어떤 주체가 부담해야 하는가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고가 전자제품, 제약, 식품업체 등은 RFID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류, 유통, 제조 업체들이 서로 비용 부담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에칭 방식으로 RFID를 부착하는 경우 개당 단가는 250∼400원 정도로 전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RFID를 통한 정보 활용이 높은 업체가 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식으로 업계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합의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국내에서 단 2명만 가지고 있는 한미 RFID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한 정성용 CJ GLS RFID/USN팀 대리는 “기업들이 물류비를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하기 RFID 등에 투자하지 않고 무조건 삭감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물류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 재고관리, 유통 등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불황에 투자하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