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단계에서부터 연구개발(R&D)과 함께 시장의 요구를 알 수 있는 ‘시험인증’ 기능도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
이유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은 “우리나라 R&D가 연구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만들어진 기술이나 제품이 실제 상용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주요 선진국과 같이 R&D와 시험인증을 동시에 추진하는 ‘컨커런트 엔지니어링(Concurrent Engineering)’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수조원씩 정부가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대부분 연구개발 성과가 ‘성공’으로 평가받지만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는 예가 많다”며 “시험인증은 기술개발이 실제 돈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 등을 판별하는 일차 기능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이 원장은 최근 ‘KTL 비전 2013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800억원 수준인 매출 규모를 5년 내 1200억원으로 끌어올려 정부 지원이 필요없는 자립경영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험인증 사업 영역을 두배로 늘려야 한다. KTL은 올초부터 LED와 태양광발전시스템·산업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휴대단말기 등 신성장 분야 신규 시험인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조직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내부 의사소통 채널을 다지는 데는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는 결집된 내부 역량을 토대로 보다 공격적인 시험인증 기술력 경쟁에 나서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2013년 공공기관 이전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수도권 기업 요구에 맞춰 현재 G밸리에 있는 시험원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남부권 수요에 맞은 조선·항공·기계 등 새로운 시험인증 영역을 확충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공적인 시험인증 기능은 유지하면서 글로벌 인증기업과 경쟁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실력으로 한번 맞부딪혀 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전문성과 함께 합리성을 강조하는 리더로도 유명하다. 특화된 지식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기술 추세도 알고 경영전반을 이해하는 인재가 돼야 한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자주 말하곤 한다.
이 원장은 “KTL은 기술과 인력을 강조하는 전문가 그룹으로 내부고객인 직원 만족도 역시 중요하다”라며 “소주 데이를 열어 여러 직원들의 이야기도 듣고 연간 15만원 상당의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내부 고객 만족사업도 병행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