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지난 2일 개최한 정부의 ‘2009년 정보통신미디어(방송장비) 산업 원천 기술개발’ 사업설명회에 다녀온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9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방통융합 시대에 대비한 차세대 방송장비 시장 선점을 위한 ‘방송장비 고도화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내용은 차세대 디지털TV, 3D 카메라 등 차세대 방송장비 기술력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도 3661억원이 지원되는 등 5년간 총 546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청사진의 첫 결과로 진행된 것이 2일 개최된 사업설명회다.
이 설명회에서 정부는 8개 지정과제에 80억원, 자유 과제에 60억원의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실행 과정이라며 좌우로 고개를 흔들고 있다.
정부 위탁과제 선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방송사의 구매 동의서’ 때문이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방송사들의 구매 동의서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수요자 연계성 사업이라고 표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사전 판매가 이뤄져야 개발 용역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재무제표상의 까다로운 조건도 이들에게는 큰 장벽이다. 대표적으로 유동비율(유동자산의 유동부채에 대한 비율) 조건이 50%, 부채비율은 500%다.
자본금이 적은 자체 연구개발(R&D) 중소·벤처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방송장비 산업은 구조상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대기업들이 참여하기에는 시장 규모나 수익성 등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장비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실행에 앞서 현실에 대한 좀 더 깊은 고찰이 있어야 할 듯하다.
홍기범기자·정보미디어부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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