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은 대한민국의 골프문화를 바꿔놓은 기업이다. 스크린 골프라는 또 하나의 골프를 사업모델로 대성공시켜 대한민국을 스크린 골프 종주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창업 8년 만에 매출 1000억원대 벤처신화를 이뤄냈다.
골프존이 주도한 스크린 골프붐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골퍼라면 당연히 필드에서 호쾌한 티샷을 하는 것이 꿈인데 갑갑한 실내에서 하는 가상게임이 이토록 큰 인기를 끌어낼 줄 누가 알았을까. 골프존의 성공신화는 상상을 현실로 끌어낸 모범사례이다.
김영찬 사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골프장에서 혼자 게임을 하다가 문득 영감을 받았다. 누구나 저렴하고 쉽게 골프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 극심한 불황으로 골프장이 거의 텅 빈 상황을 보면서 골프를 대중화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느날 레슨용으로 사용되는 골프 시뮬레이터를 보고서 무릅을 쳤다.
미국에서 제작된 골프 시뮬레이터는 대당 억대를 호가하는데다 외국 골프장의 그래픽만 나왔기 때문에 국내 골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는 골프 시뮬레이터에 오락성과 현실감을 좀 더 가미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하루 라운딩에 20만∼30만원을 쓰고 시간도 하루종일 걸리는 골프를 실내로 끌어들이자는 계획이었다. 골프존의 창업은 이런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골프존은 지난 2002년 국산 골프 시뮬레이터를 처음 선보였는데 그 해 매출은 1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골퍼들 사이에 퍼지고 스크린 골프방이란 사업모델이 등장하자 매출은 매년 3배씩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골프존의 시뮬레이터를 쓰는 골프방은 전국에 벌써 2500여곳이 넘어섰다.
현재 스크린 골프 시장에서 골프존의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올해 스크린골프 시장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골프존은 여전히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골프존은 선두기업으로서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해서 다양한 혁신과 노력을 하고 있다. 전국 가맹점을 연결하는 온라인 스크린 골프대회도 골프존이 가장 먼저 도입해서 다른 후발기업들이 따라하고 있다.
골프존은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초보용 골프게임(제품명 Beginner Mode)을 이달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골프시뮬레이터를 초보자 모드로 맞추면 기계가 적절한 스윙동작을 미리 코치해서 처음 골프채를 잡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골프존이 초보자용 게임 모드를 따로 개발한 이유는 골프를 모르는 중고생과 대학생, 주부층까지 잠재고객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다.
골프존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올해 해외법인을 대거 설립해서 수출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스크린골프 브랜드는 20여개나 넘는데 골프존은 선두주자로서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기업들이 기술적 문제로 씨름하는 동안 골프존은 고객과 가맹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경청하고 요구사항을 수용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스크린골프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서 오락 게임이라고 무시하던 정통 골퍼들의 호감까지 이끌어냈다. 골프존은 앞으로 일본, 중국, 중동 등 해외시장을 개척해서 한국의 골프문화, 골프 한류를 세계에 전파할 예정이다. 귀족스포츠인 골프를 평범한 사람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골프존은 이제 세계를 하나로 묶는 온라인 골프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그저 시장상황이 어렵다고 고민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에게 인류의 멋진 꿈을 향해서 질주하는 골프존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주목! 이 제품 퍼팅 시뮬레이터 G-파로
스크린골프 내수시장을 석권한 골프존은 최근 실내에서 다양한 골프장의 퍼팅 환경을 재현하는 퍼팅 전용 시뮬레이터(모델명 G-Faro)를 본격 시판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장비는 기존 스크린골프가 쇼트게임에서 실제 필드와 감각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현재 국내외 유명 골프장 수십 곳에서 자유롭게 퍼팅 연습이 가능하다. 이 장비는 공과 퍼터의 미세한 움직임을 분석하는 센서를 통해 퍼팅시 골프공의 이동거리, 방향을 22인치 모니터로 보여준다. 실전코스와 연습, 매치플레이 등 다양한 게임모드가 지원되고 음성정보를 이용한 공략법도 나온다. 모니터에는 터치스크린, DVD기능이 탑재되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지원하며 무선 인터넷을 통한 SW개선, 기업광고도 가능하다. 회사측은 G-Faro의 주고객층으로 골프수요가 많은 기업체 CEO, 임원급, 외제차 구매자 등을 점찍고 VIP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실내에서 가끔 보던 아날로그 퍼팅 연습기구에 비하면 확실히 두단계는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골프 연습장비이다. 회사측은 퍼팅 시뮬레이터가 골프실력을 좌우하는 근거리 퍼팅 실력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연습기구이다. 고객층을 연결하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새로운 광고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찬 골프존 사장 인터뷰>
“스크린골프는 이제 단순한 오락게임을 넘어서 실제 골프와 견줄만한 또 하나의 골프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은 스크린골프 종주국으로서 세계시장에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수출하게 될 겁니다.”
김영찬 골프존 사장(63)은 마침내 스크린골프 인구가 실제 필드 이용객 숫자를 넘어섰다면서 가슴 뿌듯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173만 골퍼 중에서 스크린골프 인구는 96만 명으로 전체 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고객들 스스로 오락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를 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 골프시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골프의 양대 축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골프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골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김 사장은 스크린골프 내수시장은 성장세가 다소 줄었지만 일본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급증하는 스크린골프 수요 덕분에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머지않아 골프존의 가맹점이 해외로 뻗어가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스크린 프로들이 격돌하는 국제 스크린골프대회가 열릴 것이란 예측이다. 그는 스크린골프가 불황을 극복하는 사업아이템이자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스크린골프방 한 곳이 생기면 5∼6명의 일자리가 생깁니다. 스크린골프시장이 직간접 창출한 일자리가 최소 2만명은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스크린골프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수천, 수만개의 대형 스크린이 전세계로 깔리면 골프방이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디지털 극장과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골프존이 CNN, CBS 같은 방송미디어 그룹과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불과 10년 전에 스크린골프방은 세상에 없었지 않습니까.”
김 사장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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