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샤토 뒤켐

 오늘은 이름만 들어도 황홀해지는 디저트 와인의 최고봉 샤토 뒤켐(Chateau d’Yquem)에 관한 이야기다.

 서양에서는 정찬 때 아페리티브와 테이블 와인을 식사와 함께 즐긴 후 디저트 와인을 안 마시면 매우 허전한 인상이 들 정도로 디저트 와인이 중요하다. 포르투갈의 포르토 와인,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 등이 유명하나 꿈의 디저트 와인 샤토 뒤켐을 따를 와인은 이 세상에 없다.

 이 와인은 보르도시에서 남쪽 방향으로 40㎞를 내려가면 소테른이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이 지역의 특일등 와인으로 세미뇽 80%, 쇼비뇽 블랑 20%의 배합으로 양조된다.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와이너리는 뤼 살뤼스 공작이 소유주로 있을 때 먼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포도가 수확 시기를 놓쳐서 썩어 뭉그러진 것을 보고 폐기하다가 소량 와인을 양조해 이듬해 마셔 보니 환상의 맛을 보여 탄생하게 된 것이다.

 소테른 지역은 차가운 물의 가론강과 따뜻한 물의 시롱강 때문에 가을이 되면 안개가 심하게 나타나며 이 안개가 포도알을 보트리티스 시네레아 곰팡이균으로 썩게 하는 귀부현상(noble rot:포도가 곰팡이 때문에 썩었는데도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는 의미)이 일어난다. 포도알이 모두 썩어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겨우 와인잔 한 잔 정도의 와인이 생산된다. 포도알이 충분히 썩어야 하므로 수확도 여러 번에 걸쳐서 이루어지며 42개월 새로운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므로 빈티지 해에서 5년 후에나 이켐(샤토란 말을 안 붙일 때에는 이켐으로 표기)을 마실 수 있으니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샤토 뒤켐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인생이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인 디저트 와인은 달지만 샤토 뒤켐은 고급스러운 우아함과 품위가 있는 절제된 달콤함이 돋보인다. 처음 출시된 와인 색상은 맑은 황금빛을 띠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빨간색으로 변하며 이렇게 오래된 와인의 맛은 농염하기 이를 데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샤토 뒤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는 푸아그라(거위 간)다. 기름진 느끼한 맛인 푸아그라와 달콤한 샤토 뒤켐을 입안에 넣으면 궁합이 최고가 된다.

 샤토 뒤켐은 와인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작황이 안 좋을 때에는 생산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964·1972·1974·1992년 등인데 이때에는 일반적으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인 샤토 Y(이그렉)로 출시한다. 이 와이너리의 건물 앞 화단에 우리의 무궁화 두 그루가 아름답게 서 있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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