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클라우드` 시대를 열자] (상)클라우드에 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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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 마련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바람이 거세지만 한국만 무풍지대다. 정부는 육성 구호만 요란할 뿐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의 사업 전략도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컴퓨팅 분야에서 앞선 해외 기업에 끌려 다니고, 시장 활성화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제2의 디지털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지난 2007년 전후로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 바람이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에도 본격 상륙했다. 지난해 하반기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계 IT업체의 한국지사를 중심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중소벤처에 이르는 IT업체는 물론이고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관심은 높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는 움직임일 뿐 우리만의 고유한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을 내놓은 곳은 찾기 힘들다.

 최근 국내 IT업체 A사는 CEO의 지시에 따라 부랴부랴 클라우드 컴퓨팅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경쟁사 행보에 자극받은 CEO가 내린 갑작스러운 주문 때문에 담당자들은 때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적지 않은 업체가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유행을 좇는 즉흥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 몇몇 부처가 뒤늦게 내부 교통정리를 마치고 클라우드 컴퓨팅 지원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서 서비스까지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특성상 부처 간 공조 체계 수립이 절실하지만 “아직 영역 다툼을 하지 않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부처 간 잡음이 생기지 않는 것에 만족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활성화 사업 추진은 요원하다. 소규모 연구과제가 나오긴 했지만 방통위가 대규모로 진행하려 했던 클라우드 서비스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결국 지난 추경 예산에서 제외됐다.

 유관 단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높은 열기를 반영하듯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 한국클라우드컴퓨팅산업포럼,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 등이 잇따라 출범했지만 이름만 다를 뿐 사업방향과 목적을 비롯해 참여 업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나마 부족한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만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본 등 경쟁국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구글, 아마존 등 산업계 주도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본 정부도 이달 초 디지털재팬크리에이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스미가세키 클라우드’ 사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모든 정부 IT시스템을 단일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이 클라우드 컴퓨팅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윤찬현 KAIST 교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세계 IT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흐름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정부·산업계·학계가 힘을 모아 공동 발전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클라우드 컴퓨팅이란:사용자가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쓰듯이 서버나 소프트웨어 같은 IT자원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클라우드’로 불리는 외부 IT인프라에 접속,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