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대북정책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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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측으로부터 개성공단 계약 파기를 통보받고, 오늘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억류가 55일째를 맞는 등 남북관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을 떠올리며 정책 당국자들에게 북한을 보는 관점의 전환 즉, 대북정책의 대전환을 권고한다.

대북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관계자들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즉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관점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을 말한다. 관점을 ‘사고방식’ ‘사고의 틀’ ‘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관점은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객관적 관점과 주관적 관점, 현실적 관점과 이상적 관점, 낙관적 관점과 비관적 관점,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 북측의 관점과 남측의 관점, 이 관점과 저 관점, 나의 관점과 너의 관점, 주인의 관점과 손님의 관점, 노동자의 관점과 사용자의 관점, 여당의 관점과 야당의 관점, 인간의 관점과 신의 관점 등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갈등은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관점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개인의 내적 문제, 조직의 갈등, 남북한 문제, 종교 분쟁, 국가 간 분쟁 등 인류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어떤 일이 단기적으로는 나에게 손해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이 되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눈앞의 이해득실만 따져 큰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관점을 바꿔 보는 것은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관점 바꿔 생각하기’를 ‘발상의 전환’ ‘사고의 전환’ ‘인식의 전환’이라고도 한다.

정부 정책의 최고결정자를 비롯한 대북 정책 당국자들은 북한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대전환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북한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 바람직한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네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현실을 직시하고 상대방 시각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 이것은 모든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및 국제관계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말이다.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대북관계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력이 우위에 있다 해서 협상력이 우위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북관계에서 칼자루는 북한이 쥐고 있다. 우리는 칼날을 잡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큰소리만 친다.

 둘째, 남북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정부는 일각의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기본 태도는 두 가지다. 지난 정부의 실적을 인정하고 계승 발전시키거나, 전 정부의 치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북문제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셋째, 남북문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북측의 행동은 논리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면이 많다. 남북관계는 여러 특성상 비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고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면이 많다. 그런데 현 정부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남북문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다음 정부에서 결실을 볼 일이라도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통일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확대하고 통일비용도 제대로 다시 계산해 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위에서 제시한 원칙들을 고려해 새롭게 접근한다면 대북정책의 허점과 문제점을 보완해 남북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통일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ebiztop@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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