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체들 생존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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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렸던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최근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업체 대규모 설비 투자에 쾌재를 불렀지만 올해 설비투자가 급감,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통신장비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가 의존하고 있는 KT의 설비투자 규모는 1분기 120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953억원에 비해 69.5%나 급감했다. KTF도 같은 기간 1524억원으로 2838억원을 기록했던 전년에 비해 40% 이상 줄였다. LG텔레콤은 368억원으로 73% 축소했다.

 이같은 설비투자 감소는 장비업체의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기업의 설비투자 기피로 설비투자가 7년전 수준으로 추락,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소득 통계에서 실질기준 설비투자액은 1분기에 17조704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2조7130억원에 비해 22.1% 줄었다. 이 감소율은 기준연도 개편으로 관련통계가 가능한 2001년 이후 최악이다.

실질기준 연간 설비투자액은 1분기 기준으로 2002년 17조5279억원, 2003년 18조366억원, 2005년 18조5421억원, 2007년 22조3816억원 등이었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액은 7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월별 설비투자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절조정 설비투자지수(2000년=100)는 지난 3월에 96.4로 전월의 97.9에 비해 1.5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2004년 1월의 95.2 후 가장 낮은 것이다. 계절조정 설비투자지수는 작년 7월에 128.9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10월 114.8. 11월 112.5, 12월 104.2, 올해 1월 98.6 등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외국 기술 사용도 감소했다. 국제수지에서 1분기 ‘특허권 등 사용료 대외 지급액’은 13억245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6억2220만 달러에 비해 18.4% 줄었다. 이 감소율은 1분기 기준으로 2001년(-22.5%) 이후 8년만에 가장 크다.

 설비투자 감소는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대기업이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시설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78.4% 감소한 6100억원에 그쳤다. LG전자도 1분기 시설투자가 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10년 전보다도 작은 금액인 1조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는 실물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큰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장기불황에 대비해 최대한 투자를 줄이고 현금 유보금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에 이어 연구개발(R&D)투자마저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연간 기준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5% 안팎 하락할 전망”이라며 “시설투자에 이어 R&D 투자마저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