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북한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개성공단 토지 임대료와 사용료, 노임, 각종 세금 등과 관련한 법규 및 계약의 무효화가 실제 이행될 경우 기업들이 입게 될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이 있는 지 관심이 쏠린다. 결론적부터 얘기하자면 ’아직은 불확실’하다는게 중론이다. 우선 토지 임대료 및 사용료와 관련된 계약의 무효화 경우 기업들이 남북합의에 따라 북측에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지만 채널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된다. 토지 임대료의 경우 2004년 4월13일 공단 1단계 사업으로 100만평을 50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남측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그에 따라 남측은 임대료 1천600만달러를 완납한 상태다. 또 북이 당초 2015년부터 받게 돼 있는 것을 내년부터 받겠다는 토지사용료와 관련된 사항도 이미 계약화돼 있을 뿐 아니라 개성공단 부동산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 그런 만큼 계약 사항을 무시한 북한의 이번 입장에 대해 2000년 12월 체결된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이하 합의서)’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합의서 제4조 ‘수용 및 보상’에 따르면 남북은 공공의 목적으로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신속하고 충분하며 효과적인 보상을 해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토지사용료, 임대료 관련 기존 계약을 무효화한 것은 ‘재산권 제한’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법적으로는 북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남북간의 재산권 관련 분쟁이 당사자간 협의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남북상사중재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한 합의서 조문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남북은 상사중재위 구성에 합의한 뒤 각각 중재사무 처리기관을 지정토록 했으나, 현재까지 중재위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에 가장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근로자 임금 인상 부분 역시 북의 일방적인 방침에 문제를 제기할 길이 마땅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개성공단 노동규정이 연간 인상폭을 5%로 묶어 놓고 있지만 그것은 최저 임금에 대한 기준일 뿐인데다, 북측이 자국 법령 격인 노동규정을 개정할 경우 항의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대다수 입주기업들이 가입한 경협보험에 따른 손실 보조가 가능한지 여부도 현재 약관상으로는 불확실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 업체당 유사시 최대 50억원 한도 안에서 90%까지 계약.투자금액에 대한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경협보험은 투자재산 몰수 및 박탈 또는 권리행사 침해, 각종 북한내 정변과 북한 당국의 일방적 합의서 파기 등에 따른 6개월 이상의 사업정지나 사업의 불능화 등에 적용된다. 이번 건의 경우 북한 당국의 일방적 합의서 파기로 볼 수 있는 조치가 있었지만 업체들은 ‘6개월 이상의 사업정지나 사업의 불능화’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따라 개성공단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험에 따른 손실보전을 받으려면 공단이 단시간내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북한의 기존 계약 무효화 등으로 인해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자발적으로 개성공장을 접겠다고 나설 경우 경협보험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쉽게 단정짓기 어려운 문제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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