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조강생산량이 1992년 연산 2100만톤 체제에서 현재 3100만톤까지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대대적으로 설비를 늘린 적도 없고, 직원 수도 2만2000명 수준에서 오히려 1만6000명으로 줄었죠. 이처럼 획기적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IT와 프로세스 혁신(PI) 활동의 기여가 컸습니다.”
포스코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이인봉 프로세스혁신실장(상무)은 지속적인 경영 혁신이 포스코의 성공 요인이라 말한다. 특히 지난 1999년부터 세계 철강 산업 최초로 대대적인 IT 기반의 PI를 추진해온 것이 지금 포스코의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강조한다.
포스코는 19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진행된 PI 활동으로 전사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IT인프라를 고도화해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등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해 왔다. 최근 혁신 3기(PI 2기가 끝난 후부터 PI라는 개념을 빼고 혁신이라고 지칭함) 작업을 마무리 짓고 혁신 4기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다. 이 상무는 혁신 3기 활동 중반부터 CIO를 맡게 되면서 기존 PI 1·2기의 성과들을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혁신 3기에 추진했던 포스코형 6시그마(PSSM) 활동, 문서관리 혁신 활동, 마이머신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의 PI 활동은 이미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의 PI 관련 프로젝트들은 국내 기업들에 벤치마킹 대상 1호로 꼽힐 정도다. 이 상무는 “포스코가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IT인프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특히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PI 1·2기의 활동이 컸다”고 말했다.
◇PI가 숙련된 노동자 양성=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힘. 이것이 바로 잘 알려진 포스코의 저력이다. 이 상무가 추진했던 과제들만 살펴봐도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포스코는 PI 1기에 ERP를 중심으로 전사 프로세스를 혁신했고, 2005년 말까지 진행된 PI 2기를 통해서는 IT인프라를 고도화하고 6시그마를 도입해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데 집중했다. 사실상 PI 2기까지는 IT 기반 경영 혁신이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이 상무는 혁신 3기에서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일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무부문 중심의 6시그마를 생산현장에 맞게 개발한 퀵6시그마(QSS)를 전사에 적용하고, 곧이어 국내 최초로 모든 문서를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는 문서관리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상무는 “전사적인 노력과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며 “현장 직원들도 IT를 활용해 학습할 정도로 일과 학습, 혁신이 일체화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상무가 추진한 과제들의 성과는 PI 1·2기의 활동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포스코 인력의 60%에 해당하는 현장 인력들의 역량이 크게 강화됐다. 그동안 포스코가 현장 인력들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신입사원들을 많이 뽑지 못했다. 이 때문에 평균 4∼5년 미만 경력의 엔지니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PI 활동으로 이들은 숙련된 노동자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 상무는 “결국 IT인프라와 6시그마, 지식경영시스템(KMS)이 결합돼 숙련된 노동자를 양성할 수 있었다”며 “현재 입사 3∼4년차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과거 10년 이상의 베테랑급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 상무는 회사 설비를 실명제로 관리·개선해 나가는 마이머신 활동을 추진했다. 이 상무는 “혁신은 내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현재 마이머신 진도율이 45% 정도 이뤄졌는데, 전체 설비 중에 마이머신으로 할당된 설비들은 문제의 원인을 쉽게 찾아내 초기의 설비 모습으로 발 빠르게 복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는 ‘과감히’, 운영비 절감은 ‘제대로’=IT인프라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대대적인 신규 IT투자가 PI 1·2기에 주로 이뤄졌다면, 혁신 3기부터는 IT인프라를 고도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주로 맞췄다. 대표적인 것이 시스템 운용 시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운용 비용 절감차원에서 가장 획기적인 방안으로 이 상무가 지목한 기술은 가상화다. 2007년 당시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서버는 600대 정도였다. 하지만 향후 서버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을 예상한 이 상무는 신기술로 한창 주목받던 서버 가상화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600여 대 서버를 400여 대로 통합했고, 올해는 200여 대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운용 비용에서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함에 따라 신규 IT투자가 상당한 수준에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전체 IT 예산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 상무의 설명이다
또 그는 현업에서 요청하는 서비스 지원에서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차지백(charge back)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현업에서 애플리케이션 수정을 요청해 오면 소요되는 비용을 집계해서 차지백한다.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은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IT 부서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다.
이 상무는 “컴퓨팅 자원의 고정 비용과 업무 변경 요청으로 인한 변동비가 예전에는 8 대 2 수준이었는데, 현재 고정비를 55% 수준으로 줄였다”면서 “앞으로 IT예산에서 고정비 비중을 50%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 4기 닻을 올려라=현재 이 상무에게 가장 큰 과제는 올해 본격화될 혁신 4기 활동이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CIO를 맡은 뒤 PI 성과를 전사에 내재화하는 작업과 함께 해외 현장의 프로세스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했다. 혁신 4기는 지금까지의 혁신 작업들을 한층 더 고도화시키는 한편, 포스코 계열사와 출자사에 포스코의 혁신 성과와 노하우를 확대 적용해 나가는 것이 핵심 목표다.
그는 우선적으로 국내외 1차 협력사(126개사)와 국내 출자사(20여 개사)의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IT인프라 차원의 변화보다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함께 꾀하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혁신 3기에 추진했던 문서관리 혁신 활동을 출자사와 협력사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지난 10일 출자사 및 주요 협력사들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 상무는 “정보 인프라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가 했던 경험들을 출자사들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협력업체들에 맞춤형 컨설팅을 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방법론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이인봉 상무는
포스코 이인봉 상무(56)는 1980년 경북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포항제철소에 입사해 지금까지 30년 넘게 ‘포스코인’으로 지내왔다. 2007년 2월 경영지원부문 정보기획실장 겸 CIO로 임명됐으며, 2년 뒤인 올해 2월부터 경영지원부문 프로세스혁신실장과 CIO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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