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조류독감(AI)에 이어 ‘인플루엔자A(H1N1)’로 또다시 ‘전염병 대유행(판데믹)’의 위협에 직면한 대형 IT업체들이 사전 위기대응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3일 C넷 등 외신에 따르면 인플루엔자A 사태에 대응하기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제너럴일렉트릭(GE)·IBM·델·오라클 등 유수의 IT업체들이 사무실 폐쇄, 재택근무, 여행제한, 업무기능 이관 등을 포함한 비상운용계획을 수립, 감염 확산에 대비한 비상경영에 나섰다.
최근 스프린트넥스텔은 지난 2005년 설립한 위기대응관리팀 안에 H1N1을 겨냥한 전담그룹을 만들었다. 이 그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플루엔자A와 관련된 위험정도를 5단계로 상향조정하는 등 경고수위를 높이자 그간 준비해온 점검항목을 토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웹사이트에 관련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한편, 멕시코 여행도 제한했다. 엘파소·텍사스나 멕시코 국경 인접지역에 가는 직원들은 회사에 반드시 알리도록 했다. 아직 멕시코의 콜센터는 폐쇄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사무실을 소독하거나 면대면 미팅을 중단시키는 등의 조치도 검토중이다.
MS 역시 질병·재해 등 긴급상황에 대응하는 사고관리팀의 가동에 들어갔고 GE는 직원들의 멕시코 여행을 제한하면서 사태 확산을 염두에 둔 계획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케빈 쿠츠 MS 대변인은 “멕시코시티 사무실은 열려 있지만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멕시코시티 사무실을 폐쇄했고 오라클은 멕시코에서 예정된 15개 마케팅 행사를 모두 취소한 뒤 현지 직원들의 온라인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지난 2006년 이미 판데믹을 재해·재난대응계획 안에 포함시킨 IBM은 앞서 재택근무 가능인력의 규모와 일부 직원이 감염됐을때 보유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조사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멕시코시티의 사무실을 폐쇄하지는 않는 대신 예방차원에서 역시 불필요한 여행자제와 재택근무를 권했다.
이 밖에 오토데스크도 멕시코시티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HP·인텔·소니·델 등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가능한 서둘러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특히 이미 대응계획을 가진 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에도 비즈니스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고 돌발상황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판매유통 업체들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케이블·DSL서비스 등 유선망과 함께 3G·와이파이(Wi-Fi)·위성 등 무선네트워크와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시 무선 연락처 확보도 필수사항이다. 켄 지 가트너 부사장은 “WHO가 5단계 경고를 알리면서 SARS·AI 이상의 위험수준이 됐다”며 “판데믹 대응계획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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