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62)다양성­-입장차이

 말 잘 듣게 하려면 고등학생은 내신성적에 반영한다고 하면 된단다. 대학생은 취업추천서 써준다면, 직장인은 월급 많이 올려준다고 하면 충성을 다 한단다. 반면에 공무원은 인사고과 반영한다고 하면 꼼짝 못하고, 국회의원은 다음에 또 찍어준다고 하면 만사 ‘OK’라고 한다.

 각자 아킬레스건이 다르다. 그래서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격언도 ‘그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로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각자 지향하는 바와 처지가 다르고 시선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독 ‘네 맘 알아’ ‘이해해’ ‘난 누구보다 더 객관적이야’ ‘네 상황 생각해보고 하는 소리야’라고 쉽게 남발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 처지를 알기까지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무리 나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그의 몸으로 유체이탈해도 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다.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 입장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라는 회의와 성찰 속에서 우리는 좀 더 완전해진다.

 부부싸움 후 농담어린 스킨십이 남편에게는 화해를 의미하지만 아내에겐 성희롱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이 부모에게는 고민 끝에 하는 충고지만 자녀에게는 매일 듣는 잔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나의 행동은 그 이면까지 봐 주기를 원하면서 상대 행동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만 보고 오해한다.

 이제 거꾸로 하자. 상대는 입장까지 헤아려 주고 나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만 관찰해보자. 상대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고민을 헤아리고, 내 행동 표면은 어떻게 느껴질지를 가늠하는 일은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삶의 길이만큼 삶을 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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