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게 하려면 고등학생은 내신성적에 반영한다고 하면 된단다. 대학생은 취업추천서 써준다면, 직장인은 월급 많이 올려준다고 하면 충성을 다 한단다. 반면에 공무원은 인사고과 반영한다고 하면 꼼짝 못하고, 국회의원은 다음에 또 찍어준다고 하면 만사 ‘OK’라고 한다.
각자 아킬레스건이 다르다. 그래서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격언도 ‘그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로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각자 지향하는 바와 처지가 다르고 시선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독 ‘네 맘 알아’ ‘이해해’ ‘난 누구보다 더 객관적이야’ ‘네 상황 생각해보고 하는 소리야’라고 쉽게 남발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 처지를 알기까지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무리 나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그의 몸으로 유체이탈해도 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다.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 입장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라는 회의와 성찰 속에서 우리는 좀 더 완전해진다.
부부싸움 후 농담어린 스킨십이 남편에게는 화해를 의미하지만 아내에겐 성희롱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이 부모에게는 고민 끝에 하는 충고지만 자녀에게는 매일 듣는 잔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나의 행동은 그 이면까지 봐 주기를 원하면서 상대 행동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만 보고 오해한다.
이제 거꾸로 하자. 상대는 입장까지 헤아려 주고 나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만 관찰해보자. 상대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고민을 헤아리고, 내 행동 표면은 어떻게 느껴질지를 가늠하는 일은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삶의 길이만큼 삶을 깊게 한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4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10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브랜드 뉴스룸
×